SKIET 따상 실패에 공모주 고평가 논란 지속
크래프톤 장외 300만원 거래...카뱅은 10만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르고 상한가)에 실패하면서 공모주 가격 거품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기대주들이 남아있는 가운데 장외시장 ‘묻지마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SKIET는 시초가(21만원)보다 26.43% 하락한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전 공모가(10만5000원) 2배인 21만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 초반부터 급락했다. 상장 이틀째를 맞은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앞서 사상 최대인 81조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은 만큼 따상 데뷔 실패는 투자자들의 충격을 키웠다.
이는 공모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과 함께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시장이 급락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차전지 분리막 제조회사인 SKIET는 기술주로 분류돼 타격이 컸다. 고평가 논란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SKIET 적정 주가는 모두 10만원대에로 SKIET가 따상에 성공했을 경우 주가(27만3000원)와는 괴리가 있다.
장외에서도 초대어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정가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은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 하반기 상장이 예상된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크래프톤은 주당 300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총 발행물량(855만7237주)를 감안했을 때 시가총액은 25조7145억원이다. 엔씨소프트 시총(18조4633억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주당 가격은 10만2000원으로 시총은 41조5806억원에 달한다. 역시 금융 대장주인 KB금융(24조2416원원)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이러한 장외시장 주가 급등은 공모주 열풍이 이어지며 상장 전 장외에서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는 게 낫다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밸류에이션이다. 일각에선 장외시장에서 불이 붙은 주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사업성보다는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만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공모를 마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IET를 합쳐 약 10곳의 대형 IPO가 올해 하반기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LG화학 분사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투자은행(IB)에서 예상하는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원에 달해 역사상 최대어로 거론된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는 한화종합화학, 현대엔지니어링과 같은 대기업 핵심 계열사도 연내 IPO를 추진 중이다. 카카오페이·현대중공업은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현재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SK텔레콤 자회사인 원스토어와 국내 유니콘 기업인 야놀자도 올해 상장이 유력해졌다. 야놀자는 미국 증시 상장까지 염두에 둔 IPO를 검토 중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변수는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중복 청약 금지 제도”라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규 상장 기업의 적정 기업가치로,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 휩싸이면 무조건 따상이 가능하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