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보장상품 선호 가입자는 제도 적용 전 직접선택 가능”
“해외서 유일하게 원리금보장상품 편입한 일본, 수익률 실패”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제도를 두고 업권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디플트옵션 제도가 가입자의 선택권을 침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호하는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박한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과 관련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소위가 다음 달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오는 25일 소위가 예정돼 있었지만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법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용노동부와 사전협의를 거쳐 지난 1월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 지난 3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다. 여권안은 공격성 강화에 따른 수익률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야당안은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면서 원리금보장형도 포함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디폴트 옵션은 근로자가 직접 연금자산에 대해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자산을 금융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자동투자 제도다. 대부분 확정급여형(DB)으로 가입되는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여부가 주목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20개국 중 디폴트 옵션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에스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공화국 등 4곳뿐이다.
특히 금투업계는 수익률 1%대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DC형 연평균 수익률은 1.64%에 그친다. DC형의 낮은 수익률은 저금리 고착화에서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의 자산 배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엽 미래에셋연금과투자 은퇴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관련 강의를 통해 “DC적립금의 83%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 중”이라며 “방치된 자산을 적격 투자상품에 투자해 기대수익을 높이고 근로자의 노후자산을 증식하는 게 디폴트 옵션 도입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보험업계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디폴트 옵션 도입 법안은 지난달 법안 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은행·보험업계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에 따라 원리금보장형 상품 선택권도 디폴트 옵션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투업계는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되면 현재와 동일한 절차가 재차 반복되는 것으로 의미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강민호 금투협 연금지원부장은 “해외에서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보장상품을 편입한 사례는 일본뿐이지만, 일본의 연평균 수익률은 2.31%에 그쳐 디폴트 옵션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이번 제도 도입안이 디폴트 옵션을 도입·성공한 선진국에서 검증된 상품유형에 추가로 안정성을 갖춘 유형까지 포함,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했다고 보고 있다. 또 사전지정운용제도는 의무가 아니라 기존 DC에서 가입자의 선택지를 확대한 옵션이기 때문에 제도의 적용과 탈퇴, 적격 연금상품 종류 변경이 항상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강 부장은 “최근 펀드 자동투자법이 발의됐다거나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할 수 없다는 얘기들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지정운용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호하는 가입자는 제도가 적용되기 전 원리금보장상품을 직접 선택하면 된다”며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가입자의 선택권을 전혀 침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도 “디폴트 옵션은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선택을 돕는 것이지,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