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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트럼프, 그리고 이준석


입력 2021.06.01 08:30 수정 2021.06.01 07:49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트럼프 광신도들과 조국 숭배자들의 여전한 기승 비정상

조국교 신자들은 꿈에도 ‘조국 대통령’ 그리고 있는가?

조국이 쓴 책의 선풍(旋風)을 보면서 미국의 트럼프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떠오른다.


정말 믿기지 않는, 정치적 양극화의 병적인 모습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화당원들의 60%가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도둑 맞았다’는 말에 동의했다. 트럼프가 이겼는데, 바이든의 민주당 세력이 불법, 사기 행위로 선거를 조작해 대통령 당선을 빼앗아 갔다고 믿는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음모론 신봉이다.


또 공화당원들의 63%가 ‘지난 1월 6일 의회 난입 점거 사건을 선동한 트럼프에게 책임이 없다고 믿는다’고 응답했다. 세계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런가 하면 아시아 민주주의 선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도 위선의 대명사 조국이 여전히 ‘개혁의 선구자요 반개혁의 순교자’로 추앙 받고 있다.


미국에 극(極)보수우파 트럼프 광신도들이 있다면 한국엔 극(極)진보좌파 조국 광신도들이 있는 셈이다. 우상 숭배로 진영의 결속력을 강화할지는 모르지만, 자기편의 미래를 스스로 망치고 있다. 현재 여론으로 보면, 미국 공화당과 한국 민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은 절반 이하다.


미국의 강경 보수우파와 한국의 온건 보수우파가 크게 다른 점은 한국엔 이준석 교(敎) 광신도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교는 ‘신흥 종교’가 아니다.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실정들을 거치면서 신도(보수와 중도 우파 지지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돼 4.7 보선에서 그 결정체를 선보였다. 합리적이면서 젠틀한 이미지의 지도자를 ‘교주’로 모시고자 하는 민의다.


이준석 광신도들은 맹목적 숭배가 아니고, 정권 교체라는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광신하고 있는 점에서 ‘트교’와 ‘조교’ 신도들과는 구별된다. 그들은 이준석이라는 교주를 받들기보다는, 이준석 현상을 통해 이준석을 도구로 이용하려고 있다.


조국은 1일 출간한 <조국의 시간>이란 회고록에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 갔다”고 썼다. 그의 인기와 공식 발매 전 선 주문 권수(1만5000)로 보아 서울대 로스쿨 교수직 정지와 각종 송사로 기울어진 가계 수입을 위해서인지, 보다 더 중요한 국가 대사, 예컨대 윤석열의 공식 정치 선언 전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책을 쓰기로 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나, 가족의 펜을 찍어 썼다는 표현은 옳지도 않고 유치한 수사(修辭)다.


이 문구에서 그의 수준과 위선적 경향이 절절이 묻어난다. 자녀 입시 부정 등이 언론과 윤석열 검찰에 의해 드러나 재판을 받고 구속이 된 건 그가 공부하고 가르친 법치주의에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일진대, 그 피라니, 또 그 피로 썼다니……. 모든 게 억울하고 자기 가족들은 피해자이며 그것을 주장하기 위해 책을 냈다는 것 아닌가?


그는 그러면서 검찰개혁 신앙도 절대로 버리지 않았음을 잊지 않고 써 놓았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저는 다시 정치적으로 소환됐다. 기승전 조국 프레임은 끝나지 않았다. 여당 일각에서도 선거 패배가 ‘조국 탓’이라고 한다.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 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 저를 밟고 전진하시길 바란다. 법무부 장관직을 맡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권력기관 개혁, 그중에서도 검찰개혁이었다. 사명을 수행하다가 날벼락처럼 비운을 만났지만 여러분의 응원이 있었기에 저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4.7 보선으로 악몽을 겪은 이는 조국뿐만이 아니다. 그 못지않은 대깨문 팬(신도)들을 거느리고 있고, 그 못지않게 문재인 정부를 (잘못된 충성으로) 망가뜨린 추미애도 엊그제 한마디 했다.


“선거에서 지고 나니 조국 탓, 추미애 탓이라는 방향으로 끌고 가더라. 며칠 전까지 심한 우울증 비슷한 것을 앓았다.”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르는 끔찍한 증상에서 막 벗어났다는 사람에게 할 소리는 아니지만, 추미애는 우울증이 왜 찾아왔겠는지를 성찰해야만 한다. 그녀가 성찰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기에 이런 글을 쓰기는 한다. 그들은 광신도들과 함께 자신들도 광신에 빠져 있는 환자들이다.


차기 교주 자리를 위해 뛰고 있는 대권 주자들이 내놓은 ‘조비어천가’ 헌사들을 보면 실소가 절로 나온다. 이낙연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 검찰 개혁 완성에 저도 힘을 바치겠다”고 했고, 정세균은 “조국의 시간이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한다”는 말을 저자와 그의 신도 친문들에게 바쳤다.


진중권이 조롱한 대로 ‘연구 대상 멘탈’ 소유자 조국의 책을 사 주려는 광신도들이 온라인에서 ‘조국 대통령’ 주문(呪文)을 외우며 구매 인증 주문(注文)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 한편, 보수 진영에서는 당 대표 예비 경선 1위로 돌풍이 폭풍으로 변하고 있는, 36세 이준석 지지 후원금 모집 상한액 1억5000만원이 단 사흘 만에 달성됐다.


광신(狂信)의 계절에 펼쳐지고 있는, 참으로 믿기지 않는, 흥미로운 대조요 대(大) 반전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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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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