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4대그룹 간담회서 경제 상황·기업 역할까지 언급
연초 시기상조서 지난달 국민공감대 이어 확실한 기류 변화
재계 "국내 최대 기업 총수 경영 공백, 국가 경쟁력 악영향"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언급되면서 향후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는 8월 광복절 특사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4대그룹 대표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이뤄졌고 문 대통령이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사면 논의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먼저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주시라"고 요청했다. 이후 김기남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는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사면을 고려해달라는 요청이 언급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들의 건의를 경청하고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면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참석 기업인들의 사면 건의에 대해 기업의 고충과 국민 공감, 경제 상황, 기업의 대담한 역할 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의 사면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사회 전반에 형성된 상태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종교계 등 각계 각층에서 사면 건의가 이뤄지고 있고 여론도 사면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6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의견은 68.4%로 반대(24.3%)의 약 3배 가량 높다. 특히 성별과 연령,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찬성 의견이 압도적 다수로 나타나는 등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이같은 여론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시장과 경영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올 들어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미국과 중국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한축을 담당하는 반도체의 위기가 닥칠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에 문 대통령이 이 날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사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 초 신년 기자회견때만 해도 '시기상조론'을 내세웠는데 지난달 취임 4주년 기자회견서 ‘국민 공감대’에 이어 이제는 ‘경제 상황’과 ‘기업의 역할’까지 언급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로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으로 오는 8월 15일 광복절 특사때 이 부회장이 사면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각계각층의 사면 요청과 함께 찬성 여론이 확산되면서 문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환경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사면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