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자격 양도시점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앞당겨
“전매규제 장기화로 매물잠김, 집값 추가 상승 가능성”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사업 초기 단계로 앞당기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부족에 따라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택시장 안정 및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 등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현행법은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기준을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기준일을 별도로 정해 지위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와 즉시 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날 합의에 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를 살 경우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해 조합원 분양분을 받지 못한다. 또 이렇게 되면 재건축 단계에서 안전진단 통과부터 조합설립 인가까지 걸리는 시간이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만큼 매매 금지 기간이 사실상 연장되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합원 지위 양도 강화로 오히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내비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조정대상지역이라 입주권·분양권 전매 및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로 단기매도차익 실현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시점도 사업 초기단계로 당겨질 예정이라 향후 도정법 개정 후 서울 입주권 전매 거래량이 감소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매가 자유로웠던 재개발 입주권 거래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며 “서울의 주택 공급은 대부분 정비사업을 통해 진행되는 만큼 전매규제 기간의 장기화로 매물 잠김 현상 또는 신축 주택의 유통 매물감소로 매물 희소성이 부각되며 대기수요가 많은 지역은 가격고원화 현상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농협은행 WM사업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조합설립 인가 전까지의 재건축 단지는 62개, 구역지정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 전까지 재개발 단지는 166개로 추정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안전진단~조합설립인가 전까지인 재건축 단지가 서울 전체에 62개인데, 이 중 강남구와 서초구, 양천구, 영등포구에 44개로 집중돼 있다”며 “지금도 거래는 적지만 호가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9월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어 “안전진단 통과 전인 재건축 아파트는 서울 전체 8개 단지 중 5개 단지가 강남구에 집중돼 있다”며 “이미 해당 아파트들의 호가가 최소 24억원을 웃돌고 있지만, 9월 이후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에 대한 반발도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함 랩장은 “정비사업 초기 가수요 차단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소송 및 사업절차상의 이견으로 정비사업 기간이 장기화 되는 사업장은 주택 처분에 제동이 걸린 소유주 불만이 커지거나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생길 수 있다”며 “사업단계간 이행속도가 크게 떨어지거나 10년 이상 장기 보유 또는 거주한 조합원은 한차례 지위양도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