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에 어려운 숙제 넘기지 않기로 한듯
4선 중진 자신이 책임지고 권익위 의뢰 결정
국민의힘이 소속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여부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김기현 대표권한대행이 6·11 전당대회로 선출될 새 지도부에 부담을 넘기지 않기 위해 신속히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10일 "국민의힘은 102명의 소속 국회의원 부동산 실태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에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감사원에 부동산 투기 여부에 대한 감사를 의뢰한 바 있지만, 감사원은 이날 불가하다는 취지로 회신해왔다. 감사원법 제24조 3항에 국회는 직무감찰을 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그간 고집해왔던 감사원 대신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11일은 전당대회 당일이지만 최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이날에라도 권익위를 직접 방문해 조사 의뢰를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신속한 결정의 배경에는 김기현 대행의 결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에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데, 새 지도부에 어려운 숙제를 넘기지 않고 자신이 대표권한대행으로 있을 때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내에 감사원 의뢰 결정을 비판하면서 권익위에 맡기자는 요구가 제기되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은 이날 "우리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권익위의 검증을 받자"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원외에서 당대표가 선출되면 국회의원 전수조사 의뢰 문제를 결단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가 된다. 민주당은 5선 중진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이기 때문에 소속 의원을 12명이나 탈당 권유하는 어려운 결단이 단행될 수 있었지만, 만약 당대표의 정치적 무게감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어려운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표권한대행 체제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고 공을 새 지도부로 넘겨도 되지만 김기현 대행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새 지도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려고 본인이 짐을 짊어진 것 같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