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A, 금지약물 소지로 72경기 출전정지 중징계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로 쌓은 커리어 가치 훼손 위기
격려했던 후배들이나 함께 응원한 팬들 위해 대응해야
통산 107승의 송승준(40)은 ‘경남 라이벌’ NC 다이노스 우승에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현역 베테랑이다.
더그아웃에서는 영건들 옆에서 진심 어린 눈빛으로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조언을 건넨다. 박세웅을 비롯한 롯데 젊은 투수들은 송승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연봉까지 구단에 백지위임할 만큼 소속팀에 대한 사랑과 응원이 유독 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롯빠아재’로 불릴 정도다.
그런 송승준이 금지약물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갇힐 위기에 놓였다.
14일 롯데 자이언츠에 따르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지난주 송승준에게 한 시즌 경기 수 50%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복용에 준하는 최고징계 수위다.
지난 2017년 송승준은 팀 동료였던 이여상에게 금지 약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송승준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금전 거래와 약물 복용은 일절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줄기세포 영양제’라는 말에 속아서 받았을 뿐 금지 약물이라는 사실은 몰랐고, 금지 약물이라는 것을 파악한 뒤 돌려주면서 강하게 질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여상은 “돌려받은 적 없다”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아 의혹은 더욱 커졌다. 양 측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KADA는 결국 금지약물 ‘복용’이 아닌 ‘소지’를 문제 삼아 송승준을 징계했다.
올 시즌 은퇴를 앞두고 있어 징계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 송승준은 올 시즌 전력에서 사실상 제외된 상태다.
송승준에게는 징계 실효성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팀에 대한 애착 아래 후배들을 챙기고 팀을 응원했던 송승준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명예로운 은퇴를 꿈꿔왔다.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도 강하고, 교육도 받아왔다.
송승준은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미국에서 뛰다가 고향 부산의 롯데로 돌아온 뒤 통산 338경기 109승 85패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롯데만 아는 롯데 투수다.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와 롯데를 향한 진정성 있는 사랑이 약물 스캔들로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본인 주장대로 억울하고 결백하다면 법적 대응 등을 통해 철저하게 입증해야 한다. 진지한 자세로 연구하며 야구를 대했던 송승준의 커리어의 가치가 폄훼되는 것은 후배들이나 팬들에게도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