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희한의원 구로디지털단지점 이한별 원장.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지나면 매달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여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런 날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리통 한약을 ‘국가 건강보험’ 안에서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제도 이상으로, 여성의 몸과 권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메시지에 가깝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분들이 “생리통 한약이 보험이 된다고요?”라고 놀라워할 만큼 월경통 첩약 건강보험은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제도이기도 하다.
현재 2차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서 월경통은 6대 대상 질환 중 하나로 포함돼 있다. 한의원에서 진찰 후 10일치 20첩 기준 처방을 1년에 두 번까지 건강보험으로 처방받을 수 있고 이때 본인부담률은 30%다.
다시 말해 총비용의 약 70%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고 환자는 30%만 지불하면 되므로, 예전에 100% 비급여였던 시절과 비교하면 체감 비용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생리통으로 진통제만 반복해서 먹던 여성들이 ‘한약은 좋지만 비쌀 것 같아서’ 미뤘던 치료를, 현실적인 비용으로 다시 고려해볼 수 있게 만든 하나의 여성복지라고 할 수 있다.
생리통 한약의 효능과 안전성은 이미 여러 임상연구로 검증되고 있다. 당귀작약산이나 도홍사물탕 같은 대표 처방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통증 강도를 유의하게 줄이고 부작용 발생률도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보고됐다.
올해 발표된 국제 연구에서는 개인 맞춤형 한약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나 경구피임약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통증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 장기 복용 시 부작용 부담은 낮다는 결론도 제시됐다.
국내에서는 월경통 첩약의 독성·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되며, 생리통 한약이 인체 독성 면에서 충분한 안전성을 갖췄다는 근거도 축적되고 있다. 이런 과학적 근거가 쌓였기에, 국가는 생리통 한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하고 건강보험이라는 형태로 공적 재정을 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생리통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현대의학은 생리통을 진통제와 호르몬제로 조절하는 데 집중한다. 통증을 일시적으로 없애거나 아예 생리를 늦추고 횟수를 줄이는 방식은 빠르고 강한 효과가 있지만 생리 자체를 ‘가능하면 피하고 줄여야 할 불편’으로 만들고 약을 끊으면 다시 원래 통증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한의학은 생리를 여성 건강의 대표적인 지표이자 미래의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본다. 월경의 주기, 양, 색, 덩어리, 통증 양상, 동반되는 냉·허리통증·피로·감정 기복까지 모두 여성의 현재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어혈, 냉증, 기혈허약, 간울 등 각자의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
이 관점을 국가가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 바로 월경통 첩약 건강보험이다. 생리통에 대한 한약의 효능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치료비의 7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비용 지원이 아니라 ‘생리통은 참는 문제가 아니라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여성 건강 이슈’라는 선언에 가깝다.
동시에 생리를 없애거나 미루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규칙적이고 덜 아프게, 건강한 생리로 만들어가는 한의학적 접근을 국가가 하나의 여성복지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세계 여성의 날 이후 매달 반복되는 생리통을 운명처럼 참기보다 나와 우리 딸이 국가가 마련해 둔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로 바라보는 것, 그 인식의 전환이 여성의 몸을 존중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
글/ 이한별 한의사·구로디지털단지 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