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여건 호전…회사 정상궤도에 올릴 것"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이 회사의 절박한 상황을 주주들에게 호소한 끝에 무상감자 의결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정 사장은 22일 오전 경기도 판교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2016년부터 이어진 극심한 불황으로 지난 6년간 인력 감축은 물론, 자산 매각, 급여 반납 등 경영 정상화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글로벌 경제회복의 자연과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으로 조선 발주 환경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회사의 경영악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악재, 올 1분기 강재단가 등 원자재 인상 부담과 물량확보 부담에서 비롯된 공사손실충당금, 재고자산으로 안고 있는 시추설비 평가손 등에 따른 손실로 경영악화가 가중됐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62%에 달했고 연말에서는 300%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누적된 손실로 부분 자본잠식 마저 우려되는 등 악화된 재무구조는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위협할만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절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액면가 감액방식의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위한 수권주식 수 확대는 다가오는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타개하고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이 추진하는 감자와 증자는 엄혹한 경쟁 현실에서 도태되지 않고 사업 경쟁력을 지켜나가기 위해 절박한 상황에서 결정한 선택임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정 사장은 조선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등 긍정적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조선 수주가 살아나고 있으며 선가 회복 움직임도 뚜렷해 다시 도약하기 위한 경영 여건은 충분히 호전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과거 2000년대 중반 초 호황 시기와 비교해 ‘슈퍼 사이클’을 언급하기도 하는 등 친환경 이슈를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와 공급과잉 해소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78억달러에서 91억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현재까지 65%인 59억달러를 달성했다”면서 “수주 잔고도 5월말 현재, 계약가 기준으로 258억달러에 달해 2015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 아크틱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우수한 용접 기술과 제작 역량을 활용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모듈화 공사도 본격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이번 회사의 결정을 믿고 힘을 실어 주신다면 저와 삼성중공업의 모든 임직원들은 반드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 주주여러분의 믿음과 성원에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주총에서 보통주 및 우선주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위한 수권주식수 확대 안건을 원안대로 처리했다. 무상감자는 내달 26일 시행하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8월 10일이다. 수권주식수 확대 안건 처리에 따라 발행 가능한 주식수는 기존 8억주에서 15억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