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취임 3주년... 실용주의에 선택과 집중 강화
스마트폰 ‘철수’에 전장부품 ‘육성’...사업 재편 속도
젊은 인재-디지털 전환...기업·조직 문화 변화 주도
오는 29일로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을 이끈지 꼭 3년을 맞는다. 만 40세의 젊은 총수의 등극으로 지난 3년간 LG에는 많은 변화가 일었다. 실용주의 노선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으로 스마트폰 등 부진을 면치 못했던 사업은 과감히 정리됐고 전장부품과 로봇 등 미래 신사업 육성은 더욱 속도를 냈다. 젊은 인재 발탁을 통해 그동안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던 기업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대기업 그룹 중 사상 처음으로 4세 경영 시대를 맞은 LG그룹의 변화와 혁신, 과제, 미래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는 29일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만 40세의 나이로 총수 자리에 오른지 꼭 3년이 되는 날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부친인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4대 그룹 중 하나인 LG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국내 대기업 그룹 중 사상 최초로 4세 경영의 문을 연 구 회장의 지난 3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변화와 혁신으로 요약된다. 젊은 총수답게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실용주의 노선에 기반해 과감한 결단력으로 바탕으로 주력 사업들을 재편하며 미래를 향해 전진해 나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지난 3년간 부진에 빠진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은 적극 육성하는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LG의 주력 사업들을 재편해 왔다.
그룹 총수 지위에 오른 뒤 실용주의 경영 노선에 기반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적자를 내는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이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주력으로 해 온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24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해왔던 터였다.
그동안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을 넘어선 상태였지만 휴대폰 시절부터 지난 26년간 해오던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구 회장은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과감하게 철수 결정을 내렸다.
LG전자는 내달 31일부터 휴대폰 생산과 판매를 종료한다. 스마트폰이 LG전자에서 가전과 TV와 함께 3대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과감한 결정이기는 하지만 그의 실용주의 경영 노선과 과감한 결단력을 감안하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과감한 결단력으로 사업 정리하고 육성 나서는 구광모
이러한 과감한 결단력은 이미 지난 3년간 지속돼 온 기조였다. 구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정 이전에도 발전용 수소연료전지업체 LG퓨어셀시스템즈를 청산한 것을 시작으로 수처리 관리기업 하이엔텍과 환경시설 시공회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했다.
또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2019년 4월),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2019년 12월),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2020년 6월) 등 성과가 부진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낮은 10여개 사업들을 정리해 왔다.
구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은 신사업 육성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장부품 사업이다.
LG전자와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이 함께 설립한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내달 출범하며 전장사업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합작법인 출범으로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를 담당하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부를 비롯, 파워트레인(엘지마그나이파워트레인)과 헤드램프(ZKW) 등 3대 축을 바탕으로 전장사업 경쟁력을 높일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VS사업본부(당시 VC사업본부) 신설에 이어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로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해 왔다.
OLED·배터리에 적극적 대규모 투자로 미래 성장 의지
구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3년간 약 5조원(자본금 2조6000억원 포함)을 투자한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은 지난해 7월부터 월 6만장 규모의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TV 시장의 변화로 대형 OLED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 내려진 과감한 투자였다. 최근 수요 증가로 조만간 추가 생산에 나서 향후 2단계인 월 9만장 수준으로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터리 사업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만 총 5조원을 투자해 7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그린필드 프로젝트'를 발표한 상태다.
현재 미국 각 주 정부로부터 제안받은 투자 인센티브 조건을 검토 중으로 조만간 투자 지역 두 곳을 선정해 연내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 2019년 미국 완성차 1위 기업 GM과 각각 1조원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테네시주에도 제 2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두 공장의 연간 생산캐파는 각 35GWh 규모 안팎으로 모두 완공되면 70GWh의 생산력이 추가 확보되면서 기존 미시간주 공장(5GWh)을 합하면 총 75GWh로 늘어나게 된다. 그린필드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규모만 140GWh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부문을 분할해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어 투자금 확보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직에 새 바람 일으켜 기업 문화도 혁신 속도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조직과 기업 문화에도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40대 임원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등 미래를 이끌고 갈 젊은 인재로의 세대 교체와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다소 보수적이었다는 LG의 사내 문화를 밀레니얼 시대에 걸맞게 개방적으로 탈바꿈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X)을 내세워 디지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조직과 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LG그룹 전 계열사는 구 회장 체제 하에서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IT 기술을 올해 50% 이상, 오는 2023년까지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DX)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 디지털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경영으로의 전환을 위한 사내 DX 전문가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외부기관과의 상호 협력도 꾀하고 있다.
구 회장 스스로가 디지털 경영에 적극 앞장서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1월 신년 시무식을 오프라인 행사가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신년사 동영상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같은 달 말에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열어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5월 그룹 최대 융복합 미래 기술 연구단지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며 "과감한 도전의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한 것은 이러한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부친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총수 자리에 올랐음에도 지난 3년간 과감하게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며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커질 변화의 파고 속에서 그가 젊은 총수로서 보여줄 그룹 경영이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