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서울 러시…임대차법 이후 서울 인구 매달 8000명 이상 감소
전세난 '서울→경기→서울→경기' 반복되는 악순환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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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에서 전세살이 중인 A씨(36)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경기도로 이사를 고려 중이다.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할 수도 있으나, 이미 서울 내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 하루빨리 경기도권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현재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집의 당시 보증료는 5억~6억원 대였으나, 지금은 10억원 대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진 영향이다. 1~2년 전과 비교해 전셋값이 2배 이상 급등한 곳도 많다. 주거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담을 느낀 이들의 탈(脫) 서울 행렬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8월 전만 하더라도 서울로의 인구 유입이 증가하기도 했으나, 이후로는 매달 8000명 이상이 서울을 벗어나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첫주부터 지난주까지 104주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년이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전셋값이 상승한 것이다.
단순 통계 수치보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전셋값 급등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2년 전 전세가에 비해 2배 가량 뛴 단지들도 많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1차 전용면적 84㎡는 이달 들어 10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에는 11억원의 거래까지 있었다. 해당 단지는 2년 전만 하더라도 5억원대에 전세 거래됐던 곳이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59㎡는 2019년 최저 2억7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6억원대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서초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계약 만료 시기가 오는 전셋집 대부분이 당시 임대료에 비해 2배 이상 시세가 형성된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원치 않는 탈 서울 러시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에서 인구 8309명이 순유출됐는데, 서울의 인구 순유출은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탈 서울은 임대차법이 도입된 지난해 8월 이후로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전까지는 서울의 유입인구가 더 많은 시기도 있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3월(6216명)을 제외하고 서울 인구는 매달 8000명 이상 줄어들고 있다. 순유출은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전출초과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해에만 16만8000명이 순유입되는 등 올해에도 계속해서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는 이들이 향하는 곳은 대부분 경기도다. 지난달 서울에선 8701명이 경기도로 향했다. 이 역시 2000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던 지난해 초와 달리 임대차법 이후 8000명 이상이 매달 꾸준히 경기도로 이주하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는 비율은 자금력이 떨어지는 30대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이후 30대 이탈자 수도 2000명대 중반을 벗어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경기로의 이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한편 전세난이 '서울→경기→서울→경기' 연쇄적인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앞으로 실거주 강화와 임대사업자 폐지 등으로 인해 전셋값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락 요인이 전혀 없다"며 "자금이 부족한 이들은 경기권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된 서울 전셋값 상승으로 경기권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게 되면 경기도의 전셋값도 불안정해진다. 그러면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다시 서울로 되돌아 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