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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스포츠 예능에 불어온 여풍, 지나가는 바람 안 되려면


입력 2021.06.27 09:08 수정 2021.06.26 20:1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골때리는 그녀들' 2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마녀들2' 아쉬운 시청률 속 종영

ⓒMBC

스포츠 예능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과거 매니저 역할에만 한정됐던 이들이 직접 부딪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E채널 예능프로그램 '노는언니' 출범 당시 여성 스포츠인들로만 구성된 라인업에 이목이 쏠렸었다. 그동안 스포츠 선수들의 방송 진출은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여성 스포츠인들은 그 중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박세리, 남현희 등 선배 스포츠인들도 이러한 현상을 지적했었다. 박세리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았다. 종목이 다른 여성 운동선수가 모인다는 것이 특별했다. 그동안 여자 운동선수들이 방송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좋은 예능이 만들어져서 기대가 되고 재미가 있다"고 말했고, 남현희는 "많은 프로그램에서 남자 선수들을 소재로 예능을 만들었는데, 여자 선수 예능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합류하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었다.


박세리를 필두로 남현희, 곽민정, 정유인, 한유미 등 출연진은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놀아보는' 프로그램 '노는언니'에서 그간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캠핑을 떠났을 때는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진솔한 대화로 감동을 자아내는가 하면, 게임 대결을 펼칠 땐 흥 넘치는 모습으로 유쾌함을 느끼게 했다.


1년 가까이 방송된 현재, '노는언니'의 성공에 힘입어 스핀오프 프로그램 '노는브로'가 탄생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미디TV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웹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코미디언 김민경이 보여준 모습도 긍정적이었다. 건강하게 더 잘 먹기 위한 건강 프로젝트로 시작한 '운동뚱'은 김민경이 의외로 모든 운동을 척척 해내는 반전 모습으로 예상 외의 큰 호응을 얻었다.


'태릉이 놓친 인재'라는 말을 들을 만큼 김민경의 활약은 컸다. 처음에는 다소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김민경이지만 이제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운동뚱' 속 과제들을 수행해내는 모습이 응원을 받고 있다. '너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땀 흘리며 운동하는 여성들을 향한 관심이 증명되자, 이제는 여성들이 본격 스포츠에 도전하는 예능들도 생겨났다. 현재 SBS에서 축구에 진심인 이들의 활약을 담은 '골 때리는 그녀들'이 방송 중이며, MBC가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마녀들2'를 방송했었다.


직접 뛰기보다는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거나 뒷받침 하는 역할 정도만 요구받았던 여성 연예인들이 그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 시청자들의 관심도 이어졌었다.


ⓒMBC

다만 주목받던 두 프로그램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는 축구에 도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출연진들이 펼치는 경기들이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담겨 그들의 숨은 노력을 짐작케 한다. 경기의 완성도는 물론 높지 않지만, 그럼에도 제작진은 이들의 경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치열한 접전을 꽤 긴장감 있게 담아낸다. 머리를 질끈 묶고 달리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여자 축구도 이만큼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반면 '마녀들2'는 3주라는 짧은 시간도 문제였지만, 경기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연진들의 노력이 담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인 여자 야구선수들과 한 팀이 되다 보니 윤보미, 박기량, 신수지 등 출연진들이 경기에서는 오롯이 주인공의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구성인 한 명 한 명이 모두가 '선수'가 된 '골 때리는 그녀들'과는 달랐던 것이다.


현재 '골 때리는 그녀들'은 2회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지만 '마녀들2'는 1% 이하의 아쉬운 시청률 속에 종영해야 했다.


스포츠라는 본질을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 셈이다. 여성 연예인들이 편견을 깨고 주인공이 된 것 자체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스포츠에 불어온 여풍, 그 긍정적인 바람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진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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