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면책 없다"못박은 은성수...은행, 가상화폐 취급 부담↑


입력 2021.07.04 06:00 수정 2021.07.05 06:06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당국, 암호화폐 반대 입장 강조

은행, 리스크 증가 “책임 전가”

거래소 신규 진입 불투명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4번째)이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관련 면책 기준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으면서, 은행권의 가상화폐 실명계좌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암호화폐 거래소 ‘무더기 폐쇄’ 현실화가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은행들의 면책 요구에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암호화폐 거래소 자금세탁 사고와 관련된 면책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금융당국에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거래소 자금세탁 사고가 일어나도 은행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심사에서 은행의 중과실이나 고의가 없으면 책임을 면해달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은성수 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소 1차 관리 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 부분에서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은행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받아 주는 것이고, 아니면 못하는 것이다. 그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은행 업무를 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금융당국의 면책 기준 마련해 달라는 은행들의 의견에 대해 비조치 의견서를 낼 것이냐’는 질문에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햇살론뱅크 협약식 및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에 면책을 준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테러자금에 면책을 주는게 용납이 되겠냐?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강경한 태도에 대해 은행들의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 계좌 발급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현재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오는 9월24일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의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해야한다.


요건을 갖춘 거래소는 극히 일부이다. 현재까지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20곳,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4곳이다. FIU에 등록한 신규 암호화폐 거래소는 아직 없다. 그나마도 주요 은행들이 기존 거래소 4곳과의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코빗, NH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다. 농협은 최근 빗썸과 코인원과의 계약 연장을 확정지었다. 신한은행과 케이뱅크는 거래소들에 대해 ‘암호화폐 거래소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진행중이다.


시중 은행은 거래소 제휴로 기대되는 수수료 수익이 크지 않고, 되려 금융당국의 압박만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명 계좌를 내준 거래소가 추후 자금세탁 사고를 일으킬 시, 함께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위험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사태처럼 은행에 무한 책임이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이같은 이유로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이미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 때 거래소와 제휴 얘기가 오고가던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역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적절성을 판단하고 규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몫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관계자는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를 살펴본다고 해도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서 책임부터 지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은행연합회가 시중은행들이 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나, 참고 자료 수준이고 변동성도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심사하는 것은 당국이 해야 할 일인데, 은행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고심 끝에 면책 기준을 내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한 것”이라며 “2017년, 2018년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을때 제도권 안으로 끌고왔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보았다. 이어 “은행으로썬 암호화폐 위험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며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