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도 기준 없고 의무주체도 모호…준비시간도 부족"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2일 입법예고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너무 포괄적이고 개념과 범위가 불분명해 기업의 대응이 힘들다”는 우려를 밝혔다.
정부는 9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예고 계획을 밝혔다.
이날 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경제계는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이 충분한 논의 및 검토과정 없이 제정된 만큼, 입법보완의 필요성과 함께 경영책임자 정의와 의무 등의 내용이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돼야 한다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시행령 제정안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입법예고기간에 산업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반영해 현장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직업성 질병 목록만 규정하고 중증도(부상자의 6개월 이상 치료)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중대재해로 볼 수 없는 경미한 질병까지 중대산업재해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범위가 규정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주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 내용(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이 불명확하고,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명시돼 있지 않아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유죄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책임자가 무조건 20시간 이내 안전보건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입법예고 기간 등 법안처리 시간을 감안할 때 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 27일까지 시행령에 규정한 경영책임자 의무를 모두 최초로 이행하는데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영책임자가 선량한 관리자로 의무를 다했음에도 개인의 부주의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 대한 면책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도 개선점으로 언급했다.
경총은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빠른 시간 내에 정부부처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