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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거면 그냥 줘라?'…北 "美, 인도지원으로 내정간섭 말라"


입력 2021.07.12 12:19 수정 2021.07.13 07:3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美, 인도지원과 인권문제 연계해

주권국가 압박 합법화하고

불순한 정책적 기도 실현하려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TV/뉴시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거듭 피력하는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인도적 지원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미국을 콕 집어 '인도적 지원과 인권 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내정간섭을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북한이 '외부지원 거부'라는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 인도적 지원의 정치적 악용 문제를 걸고넘어진 만큼, '순수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수용 여지를 둔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전날 '인도주의 지원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가 경제난에 직면하고 있다"며 "인류의 이러한 불행과 고통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악용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해당 게시글은 강현철 국제경제 및 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명의로 작성됐다.


강 연구사는 미국을 거론하며 "'인도주의 지원'을 '인권문제'와 연관시키고 있는 속심이 주권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합법화하고 저들의 불순한 정책적 기도를 실현하려는데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세계 언론들은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이란 다른 나라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예속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며, 미국이 보잘것없는 지원금을 던져주고 그의 몇십 배에 달하는 자금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제문제 분석가들은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곧잘 외워대곤 하는 인권문제도 본질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내정간섭을 실현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언론과 전문가가 이같은 의견을 밝혔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AP/뉴시스

미국은 전통적으로 외교정책에 있어 인권을 비중 있게 다뤄왔다. 일례로 미국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은 해당국 주민의 인권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돼왔다.


'가치외교'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역시 출범 초부터 "외교 중심에 인권을 두겠다"고 천명해왔다. 북한을 향해 거듭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김정은 정권의 착취로 북한 주민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지원 요청 △실질적 주민 인권 개선 여부 확인(모니터링) 등이 충족될 경우, 코로나19 백신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 내 인권개선이 보장돼야만 지원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가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코로나19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자료사진). ⓒ주한미군

하지만 강 연구사는 미국 국내법인 △대외원조법 △상호안전보장법 등에 '대외지원은 대외정책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이것은 미국이 제창하는 '지원'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많은 나라가 쓴맛을 보았다"며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캄보디아 등이 미국의 대외정책 노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삭감당하거나 삭감 위협에 직면한 바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료들은 미국이 떠들어대는 인도주의 지원의 진모를 폭로하는 수많은 자료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강 연구사는 "인도주의 지원이 어떤 경우에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 '조건'을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과 연계된 내정간섭 우려를 제기하며 지원의 '순수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모양새다.


특히 북한이 기존처럼 자력갱생 의지를 강조하지 않은 만큼, 향후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자료사진) ⓒ뉴시스

정부는 북한이 개인명의로 관련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공식 입장'으로 간주해 대응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개인명의 글에 대해 통일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평가하지는 않고 있다"며 "그러한 입장이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향후 북한 태도를 주시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 국민적 공감대와 국제사회 지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협력방안(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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