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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챕터투] 우승검 갉아먹나 '이멤버 리멤버'


입력 2021.07.14 08:54 수정 2021.07.14 08:59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NC 다이노스 코로나19 확진 선수들 둘러싼 후폭풍

원정 숙소서 방역수칙 위반 규모의 술판 의혹

사실로 드러나면 팬들 실망과 분노 피하기 어려워

NC 다이노스 우승 세리머니 때 등장한 '집행검'. ⓒ NC 다이노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프로야구(KBO리그)가 40년 역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에 직면했다.


지난 1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13~18일로 예정된 ‘2021 KBO리그’ 30경기(팀당 6경기)를 순연하고 추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후반기는 도쿄올림픽이 폐막한 뒤인 다음달 10일 시작된다. 한 달 가까이 리그가 중단되는 셈이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1군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데 따른 결정이다. 역학조사 결과 두산 1군의 68%(확진 2명, 자가격리 대상 17명)와 NC 1군의 64%(확진 선수 3명, 자가격리 대상 15명)가 출전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도 리그를 중단할 명분은 없다. 지난 3월 KBO는 '확진자가 발생해도 리그를 진행한다'는 대원칙을 밝힌 바 있다. KBO리그 통합 매뉴얼에 따르면, 코로나19 특별 엔트리를 가동해 리그 중단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KBO는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중단을 결정했다.


야구팬들은 거세게 반응했다. 사태의 원인 제공 측인 NC와 두산 탓에 ‘선량한’ 팀들만 리그 중단에 따른 손해를 입게 됐기 때문이다. NC와 두산의 공식사과도 리그 중단 결정 뒤에야 나왔다.


한 차례 격랑으로 끝나지 않았다. 후폭풍은 더 거세다. 13일 NC 다이노스 확진 선수들의 감염 경로와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불거졌다. 원정 숙소(호텔) 내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규모의 모임에서 외부인을 초대해 술을 마시다 감염됐다는 내용의 의혹이다.


코로나19 확진 자체가 죄는 아니다. 백신을 접종해도, 방역지침을 준수해도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누가 봐도 다르다. 호텔이라는 실내 공간에서 특정할 수 없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아닌 계획한 모임에서의 특정인과의 접촉이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밝혀질 문제지만 야구팬들은 이미 합리적 의심을 하며 분노하고 있다.


팬들과 악수나 사인도 해주기 어려운 시국인데 선수들이 외부인을 호텔에 불러 음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야구장을 찾았던 해당팀 팬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해당 시점은 변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수도권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을 향해 빠르게 확산되던 시기였다. 개인은 물론 야구계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각별히 주의해야 할 시점이었다.


ⓒNC 다이노스

확진 선수들이 방역 당국의 지침과 KBO의 매뉴얼을 위반한 상황에서 감염됐다면, 엄중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만큼, 구단의 관리 책임, 대응 과정 등도 따져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NC는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으면서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직후 ‘주장’ 양의지를 비롯해 선수들이 들어 올린 '집행검'은 올해 창원NC파크 내 다이노스몰에 전시됐다. 집행검은 NC의 한국시리즈 우승 상징물로 ‘우승검’으로도 불린다. 집행검은 NC 구단 모기업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에 나오는 간판 무기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지위에 대한 자부심과 사회적 책임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벌이기 어려운 술판이다. 모두의 피땀으로 들어 올린 번쩍이는 우승검의 가치를 갉아먹는 행위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징계 등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넉넉하지 못한 사정의 자영업자들은 위반 시 과태료, 영업정지 등 엄정한 처벌을 받고 있다. 야구팬들은 ‘이 멤버들을 리멤버’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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