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회동서 대선 프로세스 질문
대체제·플랜B·중도하차 여지 일축
"내가 왜 대안이냐…난 나대로 간다"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4선 중진 권영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완주 의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권 의원이 대선을 치르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입당의 유리함을 설득함에 따라, 최 전 원장의 정치선언과 입당 스케쥴이 이달 내로 빨라질 전망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14일 오후 서울 정동의 한 한식당에서 만나 한 시간 정도 차를 동반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원장은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에 이르는 대통령 선거의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권 의원에게 폭넓은 질문을 던지고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세 의원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의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전반적인 것을 다 물어보더라"며 "아무래도 정치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었고, 본인이 직접 들어와 대선을 치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물어본 것 같다"고 전했다.
정당의 경선과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절차, 그리고 본선과 캠페인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 전체를 질문한 것은 대선 완주의 의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선 프로세스의 특정한 시점에서 하차할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아직도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체재로서의 성격이나 '플랜 B'의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도 읽힌다. '장외 단일화'나 '경선 불쏘시개' 역할을 적극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범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노려 대선 본선까지 가겠다는 의지다.
최재형 전 원장의 주변에서는 최 전 원장이 가장 불쾌감을 갖는 부분이 이른바 '플랜 B' 운운이라고 말한다. 최 전 원장은 서울법대 학번으로도 윤 전 총장의 네 학번 선배이며, 사법시험·연수원 기수는 10기수가 앞선다. 법조 경력으로 봐도 윤 전 총장에 비해 전혀 밀릴 게 없다. 삶의 궤적 또한 알려진대로 깨끗하다.
지금까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의 대체재나 '플랜 B'로 언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런 논의를 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이날 대선 캠페인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질문하면서 완주 의지를 피력한 것은 이러한 대체재론이나 '플랜 B' 운운을 일축하려는 양수겸장의 한 수로 보인다.
최재형 전 원장의 서울법대 두 학번, 사법시험·연수원 한 기수 후배이며 사법연수원 교수로 함께 재직하며 교분을 쌓은 김제식 전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가 나오자 '내가 왜 대안이냐, 나는 나대로 간다'고 강조하더라"며 "삼우제 마치고 한 얘기가 내게 했던 얘기와 똑같다"고 전했다.
權, 반기문 실패와 오세훈 성공 사례 소개
"조기 입당이 당도 좋고 崔에게도 좋다"
학창 시절부터 인연…진정성 전달된 듯
최 전 원장이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하며 질문한 '대선 프로세스'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이날의 회동 상대방이었던 권영세 의원이다. 권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았으며, 2017년 대선 때도 반기문캠프에 유사한 역할로 영입됐다. 국민의힘 서울 최다선 의원으로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또, 권 의원은 최 전 원장의 서울법대 두 학번 후배로 학창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가 진정성 있게 조언과 경청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원장과는 사실 학교 다닐 때 가까이 뵈었는데, 그 뒤에는 길이 달라 자주 뵙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권영세 의원은 이날 대화와 관련해 "내가 몇 번의 선거를 겪으면서 느꼈던 경험들, 도움이 될만한 부분들에 대해 설명을 했다"며 "그 중에 많은 부분은 빨리 입당하는 게 우리 당에도 좋지만 최 원장에게도 좋다는 부분과 연관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화 중에는 권 의원 자신이 체험한 2017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실패와 올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성공이 비중 있게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전 총장은 당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중 어느 한 정당을 정해서 조기 입당하기만 했더라도 보수 야권을 하나로 묶고 대선 캠페인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끝내 입당을 결단하지 못하고 중도 확장을 한다며 당밖에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다가 스스로 무너졌다.
반대로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힘 내의 치열한 후보경선 과정을 소화한 뒤, 그 흐름을 타서 애초에는 지지율이 월등했던 당밖의 경쟁 주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압도한 사례다. 이 두 가지 사례의 소개는 최 전 원장에게 깊은 인상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崔 정치선언·입당 스케쥴에 가속 페달
"권영세 조언, 내 의사결정에 많은 도움"
"입당, 7월 넘기지 않을 것으로 기대"
이날 회동의 결과로 최재형 전 원장의 공식 정치 선언과 국민의힘 입당 시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중에 정치 선언과 조기 입당이 단행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최재형 전 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권영세 의원이 주신 말씀이 내 의사결정에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입당을 포함해 정권교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좀 더 숙고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의원도 회동 결과에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권 의원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입당이) 7월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개인적 기대"라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최 원장도 크게 이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때도 안철수 후보는 계속 바깥에 있고 오세훈 후보는 치열한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고나니 둘의 단일화에서 오 후보가 이겼다"며 "밖에 있는 분들이 합리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당연히 우리 당에 빠른 시일 내에 들어오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치권에서는 최재형 전 원장이 이르면 내주초에 바로 공식 정치 선언을 하고, 직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재형 전 원장은 "정치 참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직후에 아시다시피 상을 당했다"며 "내가 준비되는대로 적당한 시기에 국민 여러분께 (정치 참여 문제를)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