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변호사 "특수폭행·특수강제추행 적용…처벌불원 의사 무관한 입건 가능"
신은혜 변호사 "소년법원으로 넘어가 처분 받을 듯…무거운 처벌 가능성은 적어"
경찰의 미온적 대처가 가장 문제…노윤호 변호사 "가해자들과 함께 있는데 솔직히 말할 수 있겠나?"
대낮에 학교폭력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담긴 이른바 '일산 학폭 영상'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성추행 가해자로 추정되는 여학생이 "장난이었다"는 사과문까지 올리자 시민들이 더욱 공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들은 유포된 영상만 보더라도 특수폭행, 특수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며,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미온한 대처가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진 '일산 학폭' 영상에는 남학생 1명이 피해 학생의 목을 뒤에서 조르고 여학생 1명이 담배를 피우며 피해 학생의 성기를 만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피해 학생은 목을 조르는 손이 풀리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지만, 주변에 있던 나머지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마냥 지켜보기만 했다.
법률사무소 유일 이호진 변호사는 "영상에 나온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행위는 폭행 및 상해, 성기 부분을 만진 행위는 강제추행 혐의가 당연히 적용된다"며 "특히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학생들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그렇게 하자고 공모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2인 이상이 범행한 특수폭행, 특수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돼 더욱 무겁게 다뤄질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그대로 종결 처리되지만, 특수폭행과 강제추행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입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송헌 신은혜 변호사는 "영상만으로도 피해 학생이 느꼈을 공포감과 수치심이 파악되고 집단적 폭행 행위도 비교적 명확해 보이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공론화되고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긴 했지만, 다른 학교폭력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대단히 예외적인 사건은 아니다"며 "소년법원으로 사건이 송치되고 가해자들의 평소 행실, 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분을 내릴 텐데, 일부 여론이 주장하는 만큼 무거운 처벌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영상이 유포되고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15일 영상속 가해자로 추정되는 여학생은 자신의 SNS에 '성기가 크다는 소리를 듣고 장난삼아 손을 한 번 대 보고 뗐다. 진짜 미안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난이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고 입건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법률사무소 사월 노윤호 변호사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들도 가해자들은 '장난이었다'고 변명하는 게 다반사"라며 "교육부의 학교폭력사안처리 가이드북은 '피해자가 받아들이기에 장난이 아니면 그것은 장난이 아닌 폭력'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산 근본적인 원인으로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지목했다. 최초로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해 학생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은 범죄 행위를 방관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최근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사건 발생 즉시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모여 있는 현장에서 그대로 피해 학생에게 처벌 의사를 물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주변에 모여 있는 상황에서 피해 학생이 어떻게 모든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피해 학생이 보복을 걱정해 피해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경우는 다른 학교폭력 사례에서도 자주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호진 변호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사건이 발생해도 아이들이 장난이었다고 주장하고 피해 학생도 별말이 없으면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있다"며 "원칙대로면 경찰은 가해학생이 성적인 수치심이 들 수 있는 부위를 만졌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입건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신은혜 변호사는 "신고를 받고 처음 출동한 경찰관이 미흡하게 대처한 것은 여전히 현장에서는 학교폭력을 '애들 싸움'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드러난 것"이라며 "학교폭력 사건이 공론화되면 가해자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지도해야 할 교육기관과 사건을 정확하게 처리해야하는 경찰의 역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