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차량 구매 할인율 20%로 상향,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 포함
노조, 주식 5주 지급 등 2차 제시안 거부…"이번 주 넘기면 파업 수순"
현대자동차 노사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다독이기 위한 단체협약(단협) 개정에 일부 합의했다. 신입사원 차량할인율 상향부터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결혼·출산 축하금 인상 등 그동안 회사 처우에 불만을 가져온 MZ세대에 집중적으로 혜택을 늘리는 내용이다.
다만 사측이 2차 제시안을 통해 일시금과 자사주 지급 등의 혜택을 늘렸음에도 불구, 임금성과 미래협약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6일 16차 교섭에서 노조 측의 단협 개정요구안 중 ‘MZ세대 사기진작 방안 마련’ 항목에 합의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사 차량 구매시 할인율 상향이다. 단협 개정안에는 ‘입사 수습기간 이후 누구나 첫차 구입시 20% 할인 적용’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차는 직원 근속연수에 따라 자사 차량을 구매할 때 10%에서 최대 30%의 할인을 적용한다. 신입사원의 경우 입사 후 할인율 10%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첫 차 구입에 한해 회사 중견사원급에 해당하는 20%의 할인율을 적용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MZ세대가 현대차 조합원의 일원으로서 긍지와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년에 한 번 직원 할인가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이 20% 할인율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입사 후 첫 차 구매시에만 일시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이다.
'회사처우 불만' MZ세대 다독일 필요성에 노사 공감
입사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MZ세대 직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도 이번 단협 개정을 통해 추가됐다. 입사 3년 미만 직원에 대해 입사 전 대학교 학자금 대출이자를 연 1회 정산 방식으로 회사가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MZ세대가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결혼과 출산 경조금도 대폭 인상키로 했다. 본인 결혼시 근속연수에 따라 기존 30~50만원이 지급됐던 결혼 축의금은 100만원으로 인상 기존 10만원이던 출산 축하금도 100만원으로 올린다.
주로 MZ세대들이 이용하는 기숙사 환경도 개선키로 했다. 대규모 노후 기숙사 및 사택 재개발 투자를 통해 MZ세대들의 1인 1실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울산 공장 기숙사 재개발 공사는 내년 초 즉각 착공할 예정이며, 전주와 아산 지역 기숙사도 재개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단협 개정은 노사 모두 최근 불거진 MZ세대의 불만을 다독일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노조는 사무·연구직이 대부분인 저연차 사원들이 생산직 위주의 임단협 교섭에 불만을 품고 별도의 사무직 노조를 설립하는 등 조합원들간 균열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MZ세대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단협 개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MZ세대는 현대차 발전의 미래 주역”이라며 “그들이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갖도록 다양한 사기진작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측 역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을 위한 고급 인재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사무·연구직 저연차 사원들의 이탈을 막는 게 시급한 형편이라 노조의 단협 개정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 기본급·성과급 추가인상에 미래사업 국내공장 투자 등 추가제시 요구
하지만 이번에 노사가 합의한 것은 일부 단협 조항으로, 기본급·성과급 인상과 미래협약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노사간 이견이 크다.
사측은 16차 교섭에서 기본급 월 5만9000원 인상, 성과급 125%+350만원, 격려금 200만원, 무상주 5주, 복지포인트 10만원 등을 2차 제시안으로 내놨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수령 금액이 1400여만원에 달한다.
기존 1차 제시안과 비교하면 기본급은 9000원 높아졌고, 성과급 25%포인트+50만원 추가됐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 주가를 감안하면 110만원 이상 가치의 무상주 5주까지 포함됐다. 총액 기준으로는 1차 제시안보다 300만원가량 늘었다.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기본급 및 성과급 추가 인상과 정년 연장(만 64세), 미래협약, 전기차 할인 등을 요구했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영업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놨었다.
미래협약은 전기차 전환, 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보틱스 상용화 등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신산업에 소요되는 투자를 울산, 아산, 전주, 남양 등 현대차 사업장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라는 내용이다.
노조는 전기차에 대해서도 일반 차량과 동일하게 직원 할인(10~30%)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에 대해서는 생산량 부족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직원 할인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전기차 할인에 대해 “단협 기득권을 유지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조는 이번 주를 ‘여름휴가 전 타결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이번 주 타결이 무산되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했다.
노조는 “이번 주 교섭은 휴가전 타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사측이 임금, 성과급, 미래협약에 대해 제대로 배팅하지 않으면 강력한 쟁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한 5만 조합원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휴가를 지나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