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20시간 근무' 발언으로 집중포화 받아
'설화 리스크'에 메시지 관리 필요성 커져
문제는 방어능력…"與공세에 무방비 상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 120시간 근무'와 '대구 민란' 발언과 관련해 여권의 집중공세 타깃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윤 전 총장을 향해 "연쇄망언범", "브레이크 고장난 폭주기관차"라는 등 원색비난을 퍼부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들까지 일제히 윤 전 총장 발언을 비판하는 등 정치권 내에선 "윤석열 때리기가 국민스포츠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윤석열식 무리수 정치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선용 속성 과외를 잘못 받으신 건지 아니면 당초의 편견은 아닌지 성찰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처음부터 정치를 다시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정치인 윤석열이 요즘 연쇄 망언범을 자초하고 있다"고 했고, 강병원 최고위원은 "윤 후보가 연일 내뱉어내는 복수와 증오의 언어는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집회 단골 연사로서나 어울릴법하다"고 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시중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걸 보면 역시 남자 박근혜가 맞구나' 한다"고 말했다. 전혜숙 최고위원도 "사실관계까지 왜곡해 가며 망국적 지역주의를 부추겨 표를 구걸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尹 '메시지 관리' '방어능력 부재' 노출
애초에 이번 설화 논란은 윤 전 총장이 여권에 공세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크다. 그는 전날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제도 시행에 예외 조항을 둬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했다.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고충을 대변해 '주 52시간' 제도의 맹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주120시간'이라는 표현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단어 선택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말 한마디나 작은 행동 하나가 논란이 되는 대선무대에서 메시지 관리에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 캠프는 논란 확산을 차단할 방어능력 부재도 함께 드러냈다. 여권이 작심하고 파상공세를 펴고 있지만, 정작 캠프는 '반박 입장문' 한 장을 내는 것 외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역공을 펴거나 해명에 나서줄 정치세력이 전무한데다 여론을 주도할 열혈 지지층이나 '스피커'도 없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세력의 부재를 이번 논란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방어는 시스템으로…"캠프에 베테랑 필요해"
실제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전두환 장군 표창장', '부산 정권', '삼디프린터' 등 숱한 말실수 논란을 겪었지만, 당의 적극적인 방어와 지지층의 전술적인 댓글 여론전 등으로 대세론을 지킬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이 정치 외곽에 계속 머물기 위해선 캠프에 '정치 베테랑' 영입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보좌하는 팀에 문제가 있다. 캠프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나 선거운동 실무를 책임질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은 '말실수 줄이기 싸움'인데, 이는 후보자가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윤 전 총장 캠프가 시스템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숫자로 쓰이는 모든 표현은 참모들이 확인해줘야 한다. 이번 경우는 인터뷰 현장에서 참모들이 '이건 문제가 되겠다'라고 판단하고 정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