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한덕수, 기댈 곳은 여론뿐?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5.05.09 04:10  수정 2025.05.09 09:26

8일 '단일화 담판 2차 회동'도 결렬

韓, 간접 화법 → 직접 화법 변화

캠프도 김문수에 밀리지 않겠단 태세

"남은 카드 여론전 밖에…고강도 압박"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 야외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뉴시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이 다가올수록 '단일화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발언 수위가 세지고 있다. 오는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데다가, 김 후보가 좀처럼 '설득'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론을 등에 업고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덕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8일 오후 4시 30분 국회 강변서재 카페에서 '단일화 담판 2차 회동'을 벌였다. 이날 두 후보의 63분간의 날선 신경전은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4월 19일부터 5월 6일까지 18일 동안 22번이나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하겠다'고 했다"며 "김 후보는 단일화를 한다고 하지만 일주일 뒤에 하자는 것은 결국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가 이날 오전 여의도 대선 캠프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 간 각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밝힌 것을 꼬집은 것이다.


한 후보는 "제대로 못 해내면 우리 (김) 후보나 나나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린다'는 말 있지 않느냐. 그렇게 될 것"이라며 "당장 오늘, 내일 결판 내자"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관련) 모든 방법은 당에서 하자는 것으로 받겠다"며 "제발 당장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하자. 왜 못하느냐"고 했다.


김 후보는 "나는 당의 경선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한 후보는 왜 지금 뒤늦게 난데없이 나타나서 11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하라고 하느냐"며 "당의 결정에 따른다면서 왜 바로 입당하지 않았느냐. 왜 (경선이) 다 끝난 뒤에 와서 공식 후보로 선출된 사람한테 약속을 안 지키냐고 청구서를 내미는 것이냐"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경북 일정을 소화할 때도 김 후보를 향한 날선 비판을 내놨다. 한 후보는 구미에 있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국가와 대한민국의 미래·경제·민생을 걱정하는 분께 큰 실례와 결례 또는 정말 못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날 김 후보가 한 후보와의 '단일화 담판 1차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혀 후보 등록할 생각이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나"라고 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1:1 공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한 후보의 발언이 간접 화법에서 직접 화법으로 본격적으로 변하게 된 시점은 '11일 단일화 불발 시 후보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했던 '1차 단일화 담판 회동'이 결렬로 끝나면서부터다. 그 이전엔 김 후보를 직접 겨냥한 뼈있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했다. "믿는다" "당에서 선출된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등 김 후보를 최대한 존중하려는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한 후보의 캠프도 김 후보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하며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김 후보가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한 후보의 일정을 짜준다" "후보 등록도 안한 분"이라고 주장하자, 한덕수 캠프의 이정현 대변인은 '신속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실과 다른 말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국민의힘 대선주자 경선 과정을 거치며 '단일화 하겠다'는 발언을 4월 19일~5월 6일 사이 18일 동안 최소 22회, 평균적으로 1일 1회 이상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 후보의 강경해진 태도 변화와 관련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큰 결심을 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정치권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오히려 정치인들이 더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진짜 나라 대개조를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들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일화 성사를 바라는 진심과 의지를 더 절절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구여권 관계자는 "사실 지금 한 후보가 쓸 수 있는 남은 카드는 '여론전' 밖에 없다"며 "당이 김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에 맞춰 함께 고강도 압박 전략으로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두 후보를 두고 대선 단일 후보로 누가 더 나은지에 대한 선호도 조사(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에 돌입했다. 지도부는 9일 선호도 조사를 마친 뒤 11일까지 후보 단일화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김 후보는 이날 대선 후보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소속 의원 약 20명이 탈당해 '제3지대'에서 정당을 꾸린 뒤 한 후보를 영입해 김 후보와 '당 대 당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면 '11일 이전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으로 간주하자"며 "발상의 전환을 해서 의원 20명을 탈당시켜 제3지대로 보내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한 후보와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모아 제3지대를 구축한 뒤,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이달 25일 이전에 김 후보와 단일화를 시키자"고 했다. 다만 50여년 동안 공직자 생활을 한 한 후보의 성품상 '정치적 변칙'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두 후보의 단일화 담판이 잇따라 결렬되고 신경전은 거세지고 있지만 '3차 회동 가능성'은 열려 있는 모습이다.


이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금일(8일) 국회 사랑재 회동이 끝난 뒤 아직까지 김문수 후보 측으로부터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받은 바 없지만, 앞으로 김 후보가 회동을 제안한다면, 한덕수 후보는 언제든, 어디서든 김 후보를 만나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다만 "다음 회동에서는 후보의 의견 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김 후보로부터, 단일화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제안과 입장을 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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