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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백제불가론' 파문 확산…호남 이어 충청도 '발끈'


입력 2021.07.25 10:24 수정 2021.07.25 10:2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충청 5선 정진석 "천박한 역사 인식"

'백제' 한반도 통합의 주축·주체 강조

"고려 혜종 어머니가 전남 나주 사람

조선 이성계 고조부 전북 전주 출신"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백제불가론'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의 호남 출신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강력 반발한데 이어, 역시 백제문화권인 충청권을 대표하는 국민의힘 최다선 정진석 의원이 성토 논평을 내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25일 오전 개인 명의 논평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百濟),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대선 후보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지역 감정을 조장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와 부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재명 지사의 '백제 운운' 발언은 견강부회식의 천박한 역사 인식"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의 지역구는 충남 공주·부여·청양으로 그 중 공주는 서기 475년부터 538년까지, 부여는 서기 538년부터 660년까지 백제의 수도였다. '백제불가론'에 대해 정 의원은 이 지사가 공주·부여 지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진석 의원은 "올해는 서기 521년, 백제 무령왕이 고구려를 격파하고 백제가 다시 강한 나라가 됐다고 갱위강국(更爲强國)을 선포한지 1500년이 되는 해"라며 "백가제해(百家濟海)에서 유래한 나라 이름처럼 백제의 문화와 예술은 이미 천여 년전부터 화려하게 주변국으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백제가 신라·당 연합군에 함락되자, 왜(일본)는 661년부터 663년까지 4만7000명의 대군을 보내 백강(금강)에서 신라·당 연합군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뤘다"며 "우리가 자랑하는 한류의 원조가 바로 백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제를 시원찮은 어느 부족국가 쯤으로 여기는 이재명 지사"라며 "백제인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은 공주·부여 분들에게, 사과 한마디 해달라"고 압박했다.


나아가 정 의원은 통일신라 이후로 한반도를 통합한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살펴봐도 백제, 호남이 통합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이 지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백제, 호남은 단순히 통합의 객체로 전락했던 것이 아니라, 엄연히 한반도 통합 세력의 주축이거나 주체였다는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신라에 이어 한반도를 '통합'한 고려의 2대 왕 혜종의 어머니는 전라도 나주 사람"이라며 "왕건이 호남에서 후백제 견훤과 전투를 벌이다가 사지로 내몰렸을 때, 혜종의 외가 나주의 오씨들이 왕건을 구해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혜종은 나주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세자에 책봉됐다. 고려의 탄생에 혜종의 외가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역사적 징표"라며 "이 지사의 '시원찮은 백제' 발언에 나주 사람들은 뭐라고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역시 백제의 강역이자 천 년간 호남의 중심이었던 전주를 뿌리로 한 조선의 건국도 거론됐다. 조선은 근세에 한반도를 통합한 왕조인데, 왕조 창설자의 본관이 전북 전주라는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전주 이씨'인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다. 이성계의 고조할아버지 이안사는 전주에서 살다가 강원도 삼척을 거쳐 여진족의 강역인 함경도 지역으로 들어갔다"며 "100년 이상 고향 전주를 떠나 살았지만 이성계는 자신이 전주 사람임을 잊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려의 무장 시절, 왜구를 토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전주에 들러 고향의 부형들에게 큰 잔치를 베풀었다"며 "이재명 지사가 '전주 이씨' 분들에게는 또 뭐라고 해명을 할지 궁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백제 주체돼 한반도 통합한 예 없어"
이재명 중앙일보 인터뷰에 불길 '활활'
이낙연 "호남 후보 확장성 없단거냐"
정세균 "호남은 국정주체 못된단 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이른바 '빅쓰리'라 불리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국회의원 선수순) ⓒ데일리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이른바 '빅쓰리'라 불리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국회의원 선수순) ⓒ데일리안

이처럼 이재명 지사의 '백제불가론'에 대해 민주당의 호남 출신 대권주자는 물론 백제문화권을 기반으로 하는 충청권의 야당 최다선 의원까지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정치권에서의 파장이 여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지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출마했는데 그 중에서 지사가 왜 필승 카드라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현실적으로 이길 카드가 뭐냐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고,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받을 수 있는 후보는 나라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발언이 보도되자 전남 영광 출신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이 지사를 겨냥해 "한반도 5000년 역사를 거론하며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삼았다"며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규정했다.


이낙연 의원은 "우리는 지역구도를 타파하려 하셨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생애에 걸친 투쟁을 기억한다"며 "그 투쟁을 훼손할 수 있는 어떤 시도도, 발상도 민주당과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전북 진안 출신의 민주당 정세균 전 총리도 이 지사를 향해 "제주·강원·호남·충청 출신은 통합의 주체도 국정의 주체도 못 된단 말이냐"며 "이재명 후보의 인식은 우리 사회의 상식 있는 보통 사람들과 정치의 중원에서는 결코 통용될 수 없는 석기시대의 사고"라고 성토했다.


나아가 "백제라니 당사 앞에 세워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흉상을 어찌 뵈려 하느냐"며 "지금이 삼국시대냐. 용납 못할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고 일갈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SNS에 인터뷰 기사와 전문·녹취록을 공개하고 반격에 나섰다.


이 지사는 "극단적 네거티브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이재명이 인터뷰에서 지역주의 발언을 했다'고 공격하고 있다"며 "원팀정신을 저버린 채 '이재명이 지역주의 조장했다'는 가짜뉴스 퍼트리며 망국적 지역주의 조장한 캠프 관계자를 문책하고 자중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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