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이자율 3.2%…전월比 0.1%P↑
끝나가는 유동성 잔치…영끌족 비상
국내 5대 은행들이 최근 가계 신용대출 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석 달 만에 관련 이자율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하는 개인들의 대출에 제동을 걸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대출을 기반으로 계속되던 유동성 잔치가 마침내 그 종착역에 다다르면서, 빚까지 동원해 투자에 나섰던 이른바 영끌족들을 둘러싼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이 지난 달 신규 실행한 가계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3.20%로 전월 대비 0.10%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주요 대형 은행들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 이자율은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게 됐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관련 금리는 올해 3월 3.25%를 기록한 이후 5월까지 두 달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은행별로 봐도 흐름은 마찬가지였다. 우선 하나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이자율이 지난 6월 3.53%로 전달보다 0.18%p 오르며 5대 은행 중 최고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역시 3.32%로, 신한은행은 3.29%로 각각 0.12%p와 0.06%p씩 해당 금리가 높아졌다. 우리은행도 0.07%p 오른 3.05%, 농협은행은 0.08%p 상승한 2.81%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를 기록했다.
◆가계 이자 부담 확대 불가피
은행들이 저마다 개인 신용대출의 이자율을 올리고 나선 이유는 잠재적인 위험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이하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는 와중에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불어나고 있는 가계 빚이 향후 금융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금리를 올려 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석이다.
정부 규제도 은행들의 신용대출 조이기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제로금리가 현실화한 이후 계속 늘어나는 가계 빚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자율 인상에 따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5대 은행들이 모두 금리를 상향한 지난 달 이들의 가계 신용대출 증가폭은 5382억원으로 축소됐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증가폭이 9866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최근 저금리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이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지난 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상향이 가능하다고 언급한데 이어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이 등장하면서, 이제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개인들이 감당해야 할 이자 비용도 함께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주식 시장과 가상자산 등을 둘러싼 투자 열기에 올라타기 위해 거액의 대출을 받은 영끌족들의 압박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정상화 기조로 접어드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거품에 가려졌던 금융 리스크가 본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