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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리와인드⑨] 문영남 작가의 미워할 수 없는 ‘가족들’


입력 2021.07.27 15:33 수정 2021.07.27 15:3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KBS ⓒKBS

문영남은 임성한, 김순옥과 함께 ‘막장 대모’로 알려진 작가다. 초기에는 ‘정 때문에’와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등 가족 간의 화합을 다룬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났었지만, 불륜을 전면에 내세운 ‘소문난 칠공주’의 성공 이후 다소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후 ‘수상한 삼형제’와 ‘왕가네 식구들’, ‘왜그래 풍상씨’에 이르기까지. 막장 안에서도 주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불륜을 일삼는 지질한 남편은 물론, 안하무인 태도로 시청자들의 화를 유발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담겼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역시도 가족 이야기가 메인이다. 부모의 이혼소송 중 벌어진 엄마의 피살 사건에 가족 모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시작하는 드라마로, 이 작품 또한 30%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 분노 뒤 남는 여운…늘 공감되는 문영남표 가족


문 작가는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기 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몰입을 유도한다. 주로 그 바탕에는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정서가 깔려 있다.


문 작가가 본격 막장의 길로 들어선 작품이라고 평가되는 ‘소문난 칠공주’에서도 엄격한 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네 자매의 이야기가 메인이었다. 불륜과 이혼, 출생의 비밀 등 이제는 흔한 막장 코드가 된 소재들이 이 드라마에 모두 담겼었다.


그럼에도 문 작가의 막장이 마냥 자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우리네 가족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희생과 가족들 간의 화해와 갈등이라는 다소 뻔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선보이며 주말드라마 주 시청층인 중, 장년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았었다.


‘조강지처 클럽’과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 꾸준히 다양한 가족 군상을 담던 문 작가는 지난 2019년 KBS2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다. 주로 주말 중, 장년층을 겨냥하던 문 작가가 평일 오후 시간대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KBS ⓒKBS

빠른 호흡이 필수인 평일극에서도 문 작가 특유의 가족 이야기가 통할까라는 우려와 기대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풍상 씨(유준상 분)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일상을 다룬 ‘왜그래 풍상씨’는 볼 때는 답답하지만, 결국 우리 이야기 같아 눈을 떼지 못하는 ‘단짠’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현재 ‘오케이 광자매’에서는 초반 엄마 피살 사건 배후를 쫓으며 미스터리 스릴러 형태를 취했으나, 문 작가 특유의 시선은 고스란히 녹아있다.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분노를 자아내고, 거짓 임신이라는 철없는 행동으로 보는 이들을 뒷목 잡게 하는 얄미운 캐릭터들도 있지만, 티격태격하며 정을 나누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공감을 유발한다.


◆ 작명 센스부터 재치 넘치는 현실 반영까지


문 작가의 유쾌한 작명 센스도 매 드라마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일례로 ‘조강지처 클럽’에서는 이기적인 부모에게 이화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가 하면 가부장적인 사고에 젖어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답답한 캐릭터에게는 ‘한심한’이라는 찰떡같은 이름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름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 한눈에 들어오는 편안함은 물론,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유쾌함이 있었다. 어렵고 꼬인 내용이 아닌,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보편적 소재를 다루는 문 작가의 작품이기에 어울리는 선택이기도 했다.


현실 반영, 혹은 풍자적 면모도 깊은 공감을 유발하는 요소다. 지난 2004년 ‘애정의 조건’에서는 혼전동거 경험 때문에 고민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혼전동거가 과연 죄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소문난 칠공주’에서는 혼전 임신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으며, 최근작인 ‘왜그래 풍상씨’에서는 가족이 짐이 될 수도 있는, 불편하지만 팍팍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었다.


‘오케이 광자매’에서는 코로나19 시국이 고스란히 담긴 것도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초반 배우들이 마스크를 쓴 채 드라마에 등장을 하는가 하면, 주인공이 성인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아동용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하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었다. 예능, 드라마에서는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노 마스크’로 등장해 괴리감을 느꼈던 시청자들은 ‘오케이 광자매’의 제대로 된 현실 반응에 시원함을 느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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