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표 '업그레이드' 대출 규제
문제 본질 가리는 허점투성이 대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만 들이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규제에 대해 평가를 부탁하자 한 금융사 임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같이 답했다. 가계 빚만 나오면 DSR을 만능열쇠처럼 꺼내 드는 금융당국에 대한 쓴 소리다.
말조차 어려운 DSR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새 가계대출 규제다. 2019년 말부터 본격 가동돼 올해로 시행 3년차를 맞았다.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새로 시행한 대출 규제에서도 주인공은 DSR이었다.
DSR을 이해하려면 먼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알아야 한다. DSR이 DTI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기 때문이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들어가는 원리금을 개인의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DTI가 50%로 제한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는 주택담보대출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버는 돈의 절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그 이상의 대출은 받을 수 없게 된다.
DSR은 보다 깐깐한 규제다. DTI가 주택담보대출만 따지는 것과 달리 DSR은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자동차할부, 카드론 등 개인이 빌린 총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더한 후 이를 연 소득으로 나눈다. 주택담보대출 외에 다른 금융사에서도 돈을 빌린 차주라면 DSR 적용으로 대출 한도가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DSR은 모든 가계대출을 잡아낼 수 있는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DSR에도 빈틈이 많다는 소리다.
우선 문제는 연간 소득이다. DTI 산출에는 가처분소득이 쓰였다. 가처분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이자 비용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만을 가리킨다. 반면 DSR을 계산할 때에는 세전 소득이 사용된다. DTI로 계산할 때보다 소득이 부풀려지는 셈이다.
겉모습과 달리 DSR에 들어가지 않는 대출도 아직 많다. 제2금융권 대출들이 대부분이다. 은행에 대한 DSR을 강화할 때마다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DSR 기준 바깥에 있는 빚은 최소 100조원이 훌쩍 넘는다. 보험계약대출 63조5000억원, 할부 금융사의 가계대출 18조7000억원, 은행 예·적금 담보대출 13조1000억원, 리스사 가계대출 8조8000억원 등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책임 회피를 위해 DSR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비난마저 나온다. DSR 잣대를 높인다는 건 결국 무리해서 빚을 내는 이들이 가계부채의 주범이라고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대출이 늘어난 건 사람들이 흥청망청 돈을 써서가 아니다. 가계 빚 폭증의 단초가 집값 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됐음은 전 국민이 아는 주지의 사실이 됐다. 이제는 알아듣기도 힘든 규제 대신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고백과 반성이 나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