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오투' 10만 다운로드
KB증권, 14일 '마블 미니' 출시
NH투자·키움 등 MTS 개편 예고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간소화 추세다. '주린이' 수요에 맞춰 안 쓰는 기능은 과감히 지우고 있다. 핀테크(FinTech)가 연 간편투자 유행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간편투자 MTS인 '오늘의투자'는 구글 사용자로부터 1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지난 6월29일 출시한지 한 달 만에 이룬 성과다.
'오투'는 기존 삼성증권의 자산관리 어플인 '엠팝(mPOP)' 대비 메뉴를 6분의 1 수준으로 간소화 시킨 것이 특징이다. 오투에서는 '바로투자', '팔기' 등의 용어가 사용된다. '매수'와 '매도' 등 투자 초보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를 알기 쉬운 한글로 바꿨다.
KB증권은 테크핀 합작법인 프로젝트바닐라를 통해 간편투자 MTS인 '바닐라'를 지난 6월 출시했다. 바닐라는 복잡한 기능을 모두 지우고 주식매매에 꼭 필요한 기능을 중점적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봉차트 대신 선 그래프를 사용하는 등 직관적인 정보 전달에 특히 신경 썼다.
KB증권은 오는 14일 기존 MTS에서 기능을 간소화 한 '마블(M-able)미니'도 선보일 예정이다. 마블 미니에는 주식 초보자들이 잘 쓰지 않는 주식 대차신청, 스탁론 서비스 등의 기능이 제거된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의 MTS 간소화 전략은 모두 신규 투자자의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다. 간편투자가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MTS의 복잡성은 고객 유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거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는 "주식투자자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며 주식시장에서 주요 고객이 된 '주린이' 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간편 투자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TS 간소화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자사 MTS인 '나무'와 'QV'의 첫 화면을 사용자 편의에 맞춰 개편했고, 키움증권도 하반기 중 MTS를 개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연내 MTS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MTS 간소화 외에도 소수점 거래 서비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해외주식을 쪼개 살 수 있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를 지원 중이다.
'간편투자'는 핀테크 시장이 활성화되며 글로벌 유행이 되고 있다. 미국의 '로빈후드마켓'의 성공 신화는 간편투자 시장의 잠재성을 일깨웠다.
2013년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문을 연 로빈후드는 설립 8년 만에 고객 3100만명, 고객자산 규모 800억 달러(한화 약91조원)를 확보하며 초대형 증권사가 됐다. 편리한 인터페이스에 거래수수료를 없애고, 소수점 단위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분할 거래 기법을 동원하는 등 주식 초보자의 접근성을 끌어올린 전략이 주효했다.
국내 핀테크사들도 기존 증권사들 보다 간편투자를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지난 3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기존 '토스'에 MTS를 추가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에 투자 대기 수요는 여전하다"며 "신규투자자 유입이 가속화되면 쉬운 MTS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