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9%
“조정시 신규 매수세 기대”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크래프톤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에 마감했다.
앞서 크래프톤은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흥행에서 모두 참패했다. 카카오뱅크가 앞선 상장일 급등해 크래프톤의 설욕 가능성이 주목됐지만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주가 약세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어든 만큼 이를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초가 대비 1.23%(5500원) 대비 오른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49만8000원)를 8.84% 밑도는 수준이다. 시초가보다는 올랐지만 시초가가 하한선인 공모가의 90%(44만8200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낮게 정해진 것을 감안하면 부진했다.
주가는 장중 최저 40만500원까지 추락한 뒤 등락을 오갔다. 한때 공모가와 근접한 48만원까지 올랐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변동성을 나타냈다. 오후 들어선 낙폭을 줄이며 상승 전환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2조1997억원이다. 코스피 시총 순위 기준 19위(우선주 제외)로 SK텔레콤, KB금융, 신한지주, SK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17조8295억원)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 자리에 올라섰다.
크래프톤의 상장 첫날 주가 부진은 예견된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에선 공모가 두 배 상장 뒤 상한가 진입인 ‘따상’은 물론, 주가 급등도 힘들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의존도가 높은 크래프톤의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크래프톤 공모가는 49만8000원, 공모 금액은 4조3098억원으로 역대 2위 규모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크래프톤은 기관 수요예측(243.15대1)과 일반청약(7.8대1) 흥행에 실패했다. 일반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받은 다른 중소형 공모주들보다 증거금이 적었다.
상장 초기 유통 가능한 주식이 많다는 것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선 전체 상장주식(4889만8070주) 중 39.05%(1909만3426주)에 해당하는 물량이 상장 첫날부터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이는 카카오뱅크(22.6%), SK SKIET(15.04%), SK바이오사이언스(1.63%)에 비해 훨씬 높다.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44.91%로 다른 대형 공모주보다 낮다.
이러한 가운데 크래프톤의 공모가 기준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27~30배 수준으로 경쟁 업체인 넥슨(20배), 엔씨소프트(22배) 대비 30~40% 높다. 다만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투자자들이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의 신작 효과를 감안해 저가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흥행을 가정한 매출처 다변화를 고려하더라도 게임업 단일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에서 유지되기는 어려운 밸류에이션 수준”이라며 “다만 40만원 미만까지 조정이 있을 경우에는 강한 신규 매수세도 기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글로벌 론칭 일정이 올해 말 정도로 상장일 기준으로 시차가 그리 크지 않다”면서 “강력한 신작 모멘텀 측면에서 연말 론칭 일정을 겨냥하는 전략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