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이승만·박정희, 친일·반민족"…올해 기념사도 논란

광복절 경축식서 "친일파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아"

野 "대한민국 정통성 정면으로 부인…사퇴 해야"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정권에 대해 "친일 정권",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반민족 군사정권"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막무가내 기념사"라며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문화역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상영된 영상 기념사에서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친일정권과 맞서 싸워왔다"며 "국민은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리고, 또 다시 무너뜨리고, 처절하지만 위대하고 찬란한 투쟁의 반복된 승리로 이렇게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4.19혁명으로 이승만 친일정권을 무너뜨렸고, 국민 저항의 정점에서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됐다"며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됐다"고 했다.

이어 "친일파는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지금도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다. 이보다 더 혹독한 불공정이 있을까"라며 "이런 불공정을 비호하는 자들을 방관하면서 공정을 내세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한 친일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법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을 폐지하고 건국절 제정하겠다는 세력, 친일 미화하는 교과서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치겠다는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백선엽 장군에 대해선 "日 육군 대신 흠모해 창씨개명"

김 회장은 또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던진 폭탄에 일본 육군 대신 출신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죽었다. 백선엽은 얼마나 그를 흠모했던지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개명했다"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는 백선엽을 국군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는 자들이 있다.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국군의 아버지라면 우리 윤봉길 의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했다.

김 회장이 사실상 보수 야권 전체를 '친일파 정권'으로 규정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2019년 취임한 이래 줄곧 친일 청산을 강조해 왔다. 김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했고,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주장하며 새로운 애국가를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철 지난 이념과 극도로 편향된 역사관이 전제된 채 대한민국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기념사로 평가한다"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기념일인 광복절 기념식을 자기 정치의 장으로 오염시킨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 상근부대변인은 이어 "물론 매년 반복되는 김 회장의 망언을 방치하여 국민 분열을 방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이를 지속적으로 방조하고 용인한다면 분노한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회피하지만 말고 제발 책임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SNS에 "당신의 지긋지긋한 친일 팔이, 당신들의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내로남불, 문재인 정권의 국민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이념 망상이 이 뜻깊은 광복절을 더 욕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