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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 협박'받던 해군 여중사, 2개월 견디다 극단선택


입력 2021.08.17 04:08 수정 2021.08.16 19:0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가해자 외 상관이 '2차 가해'

'공군 여중사' 사건과 '판박이'

해군 여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3일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화환을 실은 화물차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여중사가 가해자 외 상관으로부터 진급 문제와 관련한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유족 측 주장이 제기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중사는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계속 바랐지만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협박받는 상황이 일어났다"며 "유족 측 설명에 따르면 가해자의 상관 역시 조용히 덮고 가자고 계속 무마작업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아닌 또 다른 상관이 피해자를 회유했다는 뜻이다.


하 의원은 "유족 측에서는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이 2차 가해라고 보고 있다"며 "거의 두 달 이상 지속적인 2차 가해에 시달렸고, 그 때문에 못 견딘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소개한 유족 측 주장에 따르면, 가해자의 상관은 피해자에게 '고과점수를 안 줄 수 있다' '기무사 네트워크가 있어서 너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협박을 했다고 한다. 진급에 직결될 수 있는 고과 점수와 인맥 등을 내세워 피해자를 압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관련 협박을 가해자가 한 것인지, 가해자 외 또 다른 상관이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 의원은 2차 가해를 가한 상관들이 진급을 원하는 피해자 심리를 악용했다고도 했다. 그는 "고인이 군에 들어온 지 11년차로 진급 (심사를 앞둔) 케이스였다"며 "군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강하고 커리어를 계속 쌓으려는 의지가 강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도 사실 진급 문제가 있어 그 상황(성추행)을 알았지만 딸(피해자)을 이해한 것"이라며 "딸이 진급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참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2차 가해 상황이 너무 심각하니까 신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급을 매개로 한 치졸한 협박이 이번 사건의 요점"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해군은 피해자인 A 중사가 지난 5월 27일 상관인 B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과거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C 주임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당시 A중사는 재발 방지를 요청하며 "상부에는 보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C 주임상사는 B 상사를 따로 불러 주의를 줬다고 한다.


해군 측은 피해자 요청에 따라 성추행 보고가 상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군 대응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A 중사가 상부 보고를 삼가달라고 요청한 것은 진급 불이익을 염두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성추행 사건이 부각될 경우 진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재발방지만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셈이다.


하지만 가해자인 B 상사를 포함한 2차 가해자들은 A 중사가 진급을 원한다는 점을 약점 삼아 회유·협박을 두 달 넘게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 의원은 유족 측 증언을 토대로 B 상사가 성추행 다음날 사과를 하겠다며 A 중사를 불러낸 뒤 술을 따르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B 상사는 A 중사가 술 따르길 거부하자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후 A 중사는 노골적인 업무 배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가 지난 3일 부모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A 중사는 '일해야 하는데 (상관이) 자꾸 배제한다'고 밝혔다. 상사 진급을 위해선 업무 성과를 내야 하지만, 상관의 배제로 여의치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A 중사는 열흘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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