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대선 국면서 당 대표는 대권주자들 '光' 내는 역할
이준석, 대권주자들과 '신경전' 벌이는 희한한 광경 연출
송영길, 대권주자들 돋보이게 하는 '명품 조연 역할'
대선 경선 국면에서 주연 자리를 꿰차고자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화제다. 당 대표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당내 대권주자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조연 역할'을 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 대표는 본인이 주인공이 되고자 당내 대권주자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희한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 대표의 '주연 욕심'에 그의 카운터파트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연 욕심'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최근 이 대표는 대선주자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신경전을 벌이던 중 불거진 윤 전 총장과의 녹취록 유출 의혹, '저거 곧 정리' 발언 대상이 윤 전 총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벌어진 '막장 녹취록 공방' 등에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참지 못하는 기질'과 '가벼운 언행' 등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같은 당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4선·서울 용산구)은 지난 12일 "이 대표는 불필요한 말과 글을 줄이고 공정한 대선 준비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병수 의원(5선·부산 부산진구갑)도 당 경선준비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바로 다음 날(21일) "싸움을 말려야 할 당 대표가 진실공방에 나서며 오히려 싸움판을 키우는 것 또한 낯 뜨거운 일"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 20일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21일 "경선 버스를 8월 말에 출발시키려고 기다렸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운전대를 뽑아갔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논란 유지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당 내홍 상황과 맞물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흠집 내고 특정 후보를 민다'는 의혹도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 나서기 전인 3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날 것",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 유승민이다. 당권은 내가 잡을 것" 등의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실제로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은 나름 '특수 관계'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부친과 유 전 의원은 경북고·서울대 경제학과 76학번 동기동창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최근 송 대표가 대선 경선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이 대표처럼 당내 대권주자와 '맞짱'을 뜨기 보단 기지를 발휘해 논란을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했다. "후보들이 빛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던 송 대표는 공정한 경선 관리 의견을 청취하고자 6명의 당내 대권주자들과 '릴레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용진 후보는 22일 송 대표와의 오찬 자리에서 "처음에는 이러쿵저러쿵 (송 대표가) 어느 후보한테 마음을 더 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경선이 중반 이상 진행되면서 경선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했다.
송 대표의 '원로 찬스' 전략도 광역자치단체장을 지낸 5선 중진의 경륜과 연륜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송 대표는 첨예한 갈등 사안에 직면했을 때 종종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고 당 원로들로부터 조언을 얻은 후 문제를 매듭짓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냈다. 논쟁이 발생했을 때마다 당내 협의나 막후 조율 과정을 건너뛰고 소셜미디어(SNS)에 본인 주장만 올려 논란을 키우는 이 전 대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초 송 대표 취임 초기 당내에선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꽤 있었다. 송 대표는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에 0.59%p 차이로 신승을 거두면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또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윤호중 원내대표는 물론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 5명(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 중 4명이 친문 인사로 분류 돼 '불협화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현재 그런 우려는 불식된 상태다.
지난 6월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1985년생) 제1야당 대표가 탄생했을 때 민주당은 '꼰대 정당'으로 낙인 찍힐까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었다. 민주당의 괜한 걱정이었다.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대표가 쉽사리 '주연 욕심'을 버릴 것 같지는 않고, 송 대표의 '명품 조연 역할'은 더욱 돋보일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민주당에게 '엄청난 기회'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