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통신판매에 국한된 사전신고제도, 혁신·금융업권간 형평성 저해
규제 개혁, 소비자의 원스톱 플랫폼 이용 편의 등 소비자 후생에 기여
금융업의 경쟁력 강화, 국민경제 개선의 선순환 작용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플랫폼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 소비자는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즐길 수 있으며 이러한 소비 경험 뒤에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라는 비대면 거래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 방식을 넘어 금융과 비금융이 융합된 복합 플랫폼이 경제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의 흐름에 비해 규제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판매의 낡은 규제 체계이다. 통신판매란 인터넷, 우편, 전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청약을 받는 유통 방식이다.
오늘날 해당 방식은 자동차 할부 및 리스, 금융상품, 렌탈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금융업권 내에서는 이러한 혁신적인 유통 방식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응이 제각기 다르다.
특히, 금융당국은 일부 업권에만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캐피탈사에만 남겨진 불합리한 규제 족쇄가 그것이다.
카드사는 통신판매 부수업무를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운영할 수 있지만, 카드사와 동일하게 여신전문금융업법 적용을 받는 캐피탈사는 동일한 통신판매를 하려면 반드시 금융당국에 사전 신고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조치는 은행과 카드사에 비해 캐피탈사만 부당한 규제 부담을 지우는 역차별이다. 이에 따라 캐피탈사가 신속하게 고객 중심의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하고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제약이 된다.
이러한 사전 신고 제도의 배경엔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채널만을 엄격히 규제하고 오프라인 대면 채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규제 기조가 있다. 이는 금융업계의 디지털 전환과 고객 서비스 혁신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비대면 비즈니스 플랫폼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융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이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 해외의 금융-비금융 융합 플랫폼 사례(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토요타 파이낸셜 서비스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계열 캐피탈사들이 통합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 및 비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온라인 채널에서 제공한 사례)에서 보듯, 비대면 채널 강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한다.
소비자는 더욱 쉽고 편리하며 효율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사전 신고 의무가 강하게 부과되는 캐피탈사만 혁신을 시도할 수 없는 구조라면, 금융업 전체가 성장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이처럼 역차별 규제는 캐피탈사의 신사업 진출과 고객 서비스 확대를 막아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업의 전반적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업권 간 균형과 사회적 공정을 해치는 이 규제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해법은 '네거티브 규제' 전환이다. 플랫폼 시대에 맞는 규제 혁신이 절실하다. 통신판매 부수업무에 대한 사전 신고 의무를 전면 폐지하고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 변화는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 선택권을 부여하고 금융 기업간 더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업 전반의 활력을 높일 것이다.
또한, 업권별 불합리한 규제 차별을 해소하며 금융업 내 공정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 그 파급효과는 소비자 후생 증진과 국민경제 전반의 질적 성장이라는 두 측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첫째, 다양한 금융·비금융 연계 상품과 서비스가 플랫폼을 통해 신속하게 제공됨으로써 소비자의 직접적 편익이 증가한다. 상품 구매와 금융이 통합된 원스톱 서비스, 실시간 렌탈·할부 서비스 등은 소비자의 탐색시간·비용 부담을 줄이고, 맞춤형 상품 선택권을 크게 넓힌다.
경쟁이 촉진된 열린 시장에서는 서비스 질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향상되어 혁신적이고 저렴한 상품을 경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혜택, 더 빠른 서비스, 차별 없는 접근성을 누릴 수 있다.
둘째, 네거티브 규제의 확산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신규 부가가치 창출과 일자리 확대의 토대를 마련한다. 업권별 족쇄가 풀리면 캐피탈사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플랫폼을 개발하고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므로, 혁신적 사업모델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다.
이는 디지털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외 플랫폼 기업과의 대등한 경쟁을 가능하게 한다. 효율적 상품 유통과 금융서비스 혁신은 비용 절감, 투자 확대 등의 선순환 효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플랫폼 시대는 혁신의 시간이다. 그리고 혁신은 규제 문턱을 뛰어넘는 용기에서 시작한다. 캐피탈사에게만 남겨진 불필요한 규제는 이제 걷어내고, 공정과 혁신이 공존하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열어야 할 때이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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