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데일리안 인터뷰
"분열로 개헌 저지선 내주면 역사에 죄 짓는 것"
"현 구도 다 과거 이슈…새 그림 그릴 자 나와야"
"당 개혁한 후 죽도록 일하면 국민들 돌아올 것"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초선의 패기(霸氣)'다. 여의도 문법에 익숙해지기 전, 케케묵은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실과 민생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가장 전투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국회에 처음 등판한 '초선 의원'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쉽게도 초선 의원이 진짜로 '패기'를 내뿜어 국민적인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말 그대로 '처음 뽑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만큼, 초선 의원들은 대개 여의도 문법에 적응하느라 많은 시간을 쏟기 때문에, 국민들이 주목할만한 이슈를 만들어내기를 힘에 부쳐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의원들은 '대변인'직을 맡으며 다수 언론에 노출되는 경험을 하지만 당내에 대변인들만 수 명, 많게는 열 명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 만큼, 초선 의원으로 국민의 눈에 든단 건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24년, 처음 국회에 입성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겐 국민들이 인정한 '패기'가 있었다. 주 의원은 1년 가까이 당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으며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법률적으로 일일이 맞받아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지난해 11월 찬바람이 휘날리던 날씨 속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라며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의 TV 생중계 방송을 요청하며 이목을 끌었다.
정점은 올해 6월 열린 김민석 국무총리 청문회였다. 주 의원은 당시 총리 후보자였던 김민석 의원의 가장 큰 논란인 재산 형성 의혹을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끄집어내 국민에게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주 의원은 김 당시 후보자의 아들이 고3때 동아리 활동으로 만든 법안을 민주당 의원 10명 이상이 발의에 서명했단 걸 세상에 처음 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사실상 '김민석 저격수'로 불리며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종횡무진하던 주 의원은 당 안팎에서 "두루두루 잘 지내면서 본인 일은 확실하게 해내는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기 일 하나 만큼은 똑부러지게 하는 의원이란 의미다.
이런 주 의원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당을 위해 써야 겠다고 결심한 건 최근의 일이다. 그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다름 아닌 당의 1인자인 '당대표' 였다. 주 의원은 지난 24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8·22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두가 놀라워했지만 "당대표가 되겠다"고 말하는 주 의원의 목소리에는 확고한 의지와 신념이 있었다.
주 의원은 "당이 어려워지면서 의원들이 탈당하거나 해서 당이 쪼개지는 경우도 많이 있지 않았나. 그렇게 당이 쪼개져 개헌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면 독재, 장기집권, 사법부 장악이 용이해지게 된다. 정치인으로서 이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계엄, 탄핵, 대선 패배까지, 이 중 하나만 있었어도 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사건이 세 가지 모두 일어났다"며 "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다보니 국민들을 위한 일을 할수가 없었다.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 당을 살리기 위한 쇄신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가 현실정치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최고위원에 출마했다면 내게 유리한 구도가 펼쳐졌으리라 판단했다"며 "그럼에도 이 구도를 내가 한 번 흔들어어서 세대교체를 해보고 싶었다. 곁에서 본 민주당은 외피만 젊어보일 뿐 굉장한 꼰대정당으로 변모해 있었다. 우리가 훨씬 더 민주적이고 더 젊은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선 당이 젊은 인재나 초선 등 새로운 인물로 채워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을 새 인물로 채우고 시스템을 쇄신하면 국민들께서 우리 당으로 눈을 다시 돌릴 수 있다고 봤다"며 "당이 다시 합리의 영역으로 빨리 돌아와 시스템 개혁에 동참하고 그 결과를 갖고 죽도록 일하면 지지율이 회복되는 것이다. 나는 내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란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 의원은 너무 강한 인적쇄신이나 청산을 앞세운 이념 대결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선명성만 강조하다보면 합리성을 잃을 수 있다. 지금 상황은 합리의 영역에서 봐야 한다"며 "현재 당권 구도가 찬탄 대(對) 반탄 친길 대(對) 반길 구도라고 하는데 보면 전부 과거 이슈다. 새 그림을 그릴 사람이 나와줘야 국민들의 시선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
결국 주 의원이 만들고 싶은 당은 '일하는 당'이었다. 당연하게도 국민을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 그는 당의 의사소통 시스템을 개혁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변호사 시절 유수의 기업인들과 회의를 했는데, 회의를 하면 결론이 있어야 했다. 즉, 그들이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는 만큼 밥값을 해야 했단 것이다"라며 "그런데도 고액 연봉을 받는 의원이 100여명이나 모여 있는데, 국민 눈높이 안 맞거나, 어정쩡한 결론이나 내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이 어떻게 정치에 효능감 느끼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싸우면 정치를 잘 안 보려고 한다. 내가 월급 준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싸우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라며 "그렇기 때문에 당을 위해서 일하지 않으면, 정말로 다음 공천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짜는 게 제 개혁이자 혁신의 방향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없었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주진우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당대표 도전을 결심하게 계기가 무엇인가?
"당선 된 이후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1년 넘게 했다. 이제 그 역할을 바꿔볼까 해 최고위원 출마도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겪고 나서 내년 지방선거도 그렇고 이제 당의 새로운 그림을 그릴 사람들이 나와줘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는 분이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 이번 전당대회는 내가 생각한 그림이 너무 아니었다. 특히 당권 구도가 '찬탄 대(對) 반탄' '친길 대(對) 반길' 등으로 가는데 전부 과거 이슈가 아닌가. 우리 당에 지극히 불리한 이슈인데, 전당대회 내내 이 얘기를 계속할 걸 생각하니 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제가 안 되더라도 이 당을 한 번 흔들어 세대교체를 이뤄내보고 싶었다. 강선우 전 여가부장관 후보자 갑질 사태 때를 보니까 민주당은 외피만 젊어보이지 이미 꼰대 정당이 다 돼 있더라. 그걸 보면서 우리 당이 훨씬 민주적이고 젊은 정당이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차별화를 할 필요성이 느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젊은 인재들과 초선과 같은 새 인물들 위주로 당이 쇄신 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여기에 시스템까지 확실하게 쇄신하면 국민들께서 다시 한 번 눈을 돌려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주장하고 있는 혁신과 쇄신은 무엇인가?
"안철수 의원과 조경태 의원이 하자는 혁신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인적쇄신과 청산에 선을 그은 건 현실 정치를 고려한 것이다. 민주당은 구체적 개헌안까지 내놓고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개헌을 하겠단 입장까지 내놨다. 인적청산을 과도하게 하면 일을 할래야 할 수 없는 구도가 될뿐더러 실제로 개헌이 될 수도 있다. 당이 분열해 다른 의원들이 탈당해 당이 쪼개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 않느냐. 그런 형태로 당이 쪼개져 민주당 마음대로 개헌까지 하게 해면 독재, 장기 집권, 사법부 장악이 용이해진다. 이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계엄, 탄핵, 대선 패배까지 이 중 하나만 있었어도 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사건이 세 가지 모두 일어났다. 우리 당원들조차 당 해체를 말할 정도다. 당이 살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엔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당의 의석 수가 너무 적다. 이 상황에서 다수를 쇄신하게 되면 일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시스템의 쇄신을 얘기하고 있다. 제 혁신안이 가장 혁신적이라고 본다. 당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서 국회의원들이 힘들고, 불편해도 국민들을 편하게 만드는 시스템으로 당을 바꾸고 개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일각에서 나오는 '혁신연대'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선거 전략 중 회색지대나 중간지대가 불리하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 당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정치 현실에서 너무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다. 그래서 정치적인 불리를 무릅쓰고 가운데로 포지셔닝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버릴 생각이 전혀 없다. 나는 나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대표 선거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의 당선만을 위한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 확언한다. 물론 내 스탠스에 동의한다고 하면 달리 생각하겠지만. 혁신안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너무 선명성만 강조하다보면 합리성을 잃을 수도 있다. 혁신은 합리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 다른 분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시스템을 개혁하고 그 결과를 갖고 죽도록 일을 해야 조금씩이라도 지지율이 회복되는 것이다. 한방에 뻥하고 지지율이 뜨는 묘수는 없을 것이다"
계파 정치 금지에 대한 당내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계파 정치란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친윤계가 누구라고 해서 명단을 만들면 거기에 들어간 의원들 대부분이 자신은 아니라고 부정할 것이다. 개별 의원들끼리 얘기하는 걸 계파로 볼 수도 없는 만큼, 계파 정치를 금지한단 걸 당헌·당규 넣어봐야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당의 중요한 의사가 몇몇 중진 의원들의 저녁 자리나 환담에서 결정이 되고 의원총회에서 공론화를 시키는 분위기를 잡아서 박수로 추인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 포인트에는 공감을 한다. 그럴 때마다 개별 의원들의 표정을 보면 불만 있는 의원들이 많다. 하지만 그 누가 얘기를 꺼낼 수 있나. 바로 그런 문화 때문에, 의원들이 편한 결정이 나오고 국민 눈높이에는 떨어지는 결정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1번안으로 의원총회 개혁안을 낸 것이다. 변호사 시절 유수의 기업인들과 회의를 했는데, 회의를 하면 결론이 있어야 했다. 즉, 그들이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는 만큼 밥값을 해야 했단 것이다. 그런데도 고액 연봉을 받는 의원이 100여 명이나 모여 있는데, 국민 눈높이 안 맞거나, 어정쩡한 결론이나 내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이 어떻게 정치에 효능감을 느끼겠느냐. 찬반에 대해 공평하게 시간을 배정해, 결론을 지을 수 있도록 해줘야 의원총회가 당의 의사결정 기구로써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핵심으로 생각하는 건 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영남 당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기 쉽지 않고, 또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수결로 하다보면 비교적 의석 수가 적은 수도권의 눈높이에 안 맞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곧 우리 당이 지역 정당화 되는 문제도 된다. 나는 이 문제를 보좌진·당직자 대표를 최소 30% 넣어 발언권과 표결권을 보장해 의사결정 과정에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면 수도권 정서를 반영한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균형도 맞출 수 있다. 의석이 모자란 측면도 집단지성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도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당내 갈등을 봉합할 방법은?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싸우면 정치를 잘 안 보려고 한다. 내가 월급 준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싸우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내가 지금 나온 이유는 제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전당대회가 끝나도 계속될 이 싸움을 멈춰 당이 쪼개질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현실정치를 등한시하고 선명성만을 강조하다보면 당이 쪼그라든다. 일단은 당을 접착제로 붙여야 한다. 그러려먼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우리가 그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 개헌저지선을 위협하지 않는 한 혁신과 개혁안은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
"우리는 공당이다. 최대한 많은 의견을 담는 정치 플랫폼이란 말이다. 우리는 일반 국민들의 생각들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한길 씨는 과거만을 다루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왜 모르겠느냐. 하지만 당론과 다른 의견까지 안으면 통합이 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분열이 일어난다. 당헌·당규가 왜 있느냐. 우리가 예를 들어 김어준 씨의 입당 요청을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이 대여(對與) 투쟁 국면에서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우리 당 의원들의 페이스북에 종종 들어가본다. 동료 의원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슈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보도되는 건 생각보다 적다. 그건 컨트롤타워 기능이 없어서 그렇다. 당 지도부라면 좀 더 그립감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강선우 전 장관 후보자 갑질 이슈가 핫 하면 각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준비한 강선우 갑질 이슈 메시지만을 낸다. 이 중 보도가 되는 건 당직자 몇 명의 메시지 뿐이다. 그건 어젠다 설정과 배분 기능이 무너져있어서 그렇다. 강 전 장관 후보자 이슈가 핫하긴 하지만 한미 관세, 증세, 부동산 등 중요한 이슈가 얼마든지 많이 있었지 않나. 이걸 정확히 배분해서 중요도에 따라서 업무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진 각 상임위에서 열심히 해왔는데, 각 위원장이나 간사 스케줄에 따라 들쑥날쑥 하는 측면이 있다. 심지어 어떤 이슈는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이젠 당 지도부가 그 기능(컨트롤타워)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 지도부가 부탁해서 당내 의원 중 중요한 이슈가 있으니 방송에 출연해 달라든지 소통관에서 회견을 해달라든지 해야 한다. 지금은 상임위에 대부분 위임돼 있다. 상임위 별로 편차도 크고 모든 이슈를 커버하기도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야당 의원들이 안 보인단 얘기가 있고, 여당 견제에 구멍이 나있단 얘기도 나온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싸울 줄 알고 어젠다 선점 능력이 있어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당대표가 되면) 그렇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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