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과천' 대체지 계획에도 주민 반발 못 눌러
논란 많은 '누구나집' 강행…"전형적인 매표 정책"
정부가 사전청약 확대와 도심 내 공공택지 대체지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사전 청약을 늘려 매수 수요를 누르고 가장 큰 반발이 있었던 서울 태릉지구·경기 과천지구에 대한 문제를 봉합지으면서 다른 도심사업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사전청약은 입주가 일반 청약과는 달리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집값 안정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 대체지 역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전청약으로 집값 안정?…"효과 없어"
국토교통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2024년 상반기까지 신규로 사전청약 10만1000가구를 추가로 실시하는 내용의 '사전청약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사전청약 계획 물량 6만2000가구(2021년 3만2000가구, 2022년 3만 가구)에 더해 2024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10만1000가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총 16만3000가구를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새로 추가한 물량 10만1000가구는 공공택지 내 민간시행 사업 8만7000가구, 도심 공공복합사업 등 3080 플러스 사업 1만4000가구 등으로 마련된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국민들이 공급효과를 조기에 체감하실 수 있도록 사전청약 등을 통해 공급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불안 심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평형의 아파트가시세의 60~80%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만큼, 시장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선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물량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서울 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입주가 일반 청약과는 달리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집값 안정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사전 청약 물량 확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희망 고문'이 될 여지도 있다. 본청약 이전의 과정인데다, 예상보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괜한 '전셋값'만 들쑤실 가능성도 존재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본청약도 아닌 언제 입주할 지도 모를 사전청약으로는 잠재된 매수수요가 꺾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거기다 사업이 예상보다 길어지게 되면 임대시장만 불안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지 활용 계획에도 주민 반발 해소 어려워"
지자체와 지역주민 반발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태릉골프장과 과천 공공주택 사업의 활용계획도 공개했다.
국토부는 태릉골프장 공공주택지구의 공급 계획을 1만 가구에서 6800가구로 조정하는 대신 주변 부지 확보로 1만 가구 공급을 채우기로 했다. 과천에는 시가 제시한 대체부지를 수용해 300가구 더 늘린 4300가구를 공급한다.
가장 큰 반발이 있었던 서울 태릉지구·경기 과천지구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나머지 택지 역시 공급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태릉·과천을 제외한 나머지 8·4대책 당시 공급지로 지적된 지역에 대해선 이날 어떤 언급도 없었다.
일단 대체지 활용 계획을 밝혔다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주민들은 주민 의견 수렴이나 도시 인프라 확충·보완 계획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반대하는 상황이다.
노원구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교통문제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 없으면 향후 추진 일정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나머지 택지 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국토부의 계획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용산과 상암은 과천 등과는 달리 인접거리에서 대체지를 찾기 힘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릉·과천청사의 대체지 추진은 계획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용산, 상암은 인접거리에서 대체지를 찾는게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양호한 입지에 기존 발표물량을 초과하는 대체물량을 제시해야만 계획 변경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논란 많은 '누구나집' 강행…과제 산더미
정부는 논란이 있던 '누구나집'도 강행하기로 했다. 9월 민간사업자 공모, 11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등 사업을 조기화한다는 계획이다.
누구나집은 지난 6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 마련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으로, 집값의 6~16%만 내고 임대(시세의 80~85% 수준)로 10년을 거주하다가, 최초 입주시에 확정된 분양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 재정지원 없이 임대료와 분양가 모두 시세보다 싸게 공급해야 하는데다, 여기에 매년 배당까지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집값 하락시 위험을 수요자가 떠안아야 하는 위험성 등도 꾸준히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당장 사업을 끌어들이기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사업이지만, 자금조달 방식이나 수요자 리스크 문제 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범사업 이후에는 별다른 사업 진척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정체성에 맞춘 정책으로, 전형적인 표를 얻기 위한 생색 정책"이라며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민간의 참여도 이끌어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도 못 미치고 사라질 정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