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샤리아' 따를 것
가능한 빨리 국가 재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윤곽을 발표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새 정부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한국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쿤드자다는 이날 새 정부 수반·각료 내정자를 발표한 직후 성명을 내고 "앞으로 아프간의 모든 삶의 문제와 통치 행위는 신성한 샤리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는 이슬람의 틀 안에서 인권과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진지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면서 "가능한 한 빨리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정부의 최고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업 문제 해결과 경제 발전을 위해 세수를 투명하게 관리할 것이며, 외국인의 투자와 국제 무역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도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대행 등 새 정부 내각 명단을 공개했다. 그간 정부 수반 후보로 거론됐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에 비하면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는 인물이다. 바라다르는 새 정부에서 부총리 대행을 맡는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샤리아를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여성은 취업, 교육 기회가 박탈됐고 남성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었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여성 탄압은 외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통해 계속 보도되고 있다.
이날 더선은 자유를 외치는 여성 시위대를 주차장 안에 가두거나 위협을 가하기 위해 기관총을 쏘는 등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탈레반은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를 입지 않은 여성을 길거리에서 총살했다. 또한 탈레반이 발표한 대학교육 법령에 따르면 대학에서는 남녀를 분리해 강의를 들어야 한다.
美 블링컨, 한국 등 20여 국과 아프간 후속대응 화상 협의
한편 아쿤드자다는 성명에서 향후 아프간 정부는 이슬람 율법과 국가 가치에 위배되지 않는 한 모든 국제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와 건강한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며 "아프간 내 외교시설·인도주의 단체·투자자들은 문제없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상국가'를 원하는 탈레반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아프간 사태 후속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8일(현지 시각) 20여 개국과 함께 아프간 사태 대응을 위한 화상 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을 포함해 아프간 사태 수습에 협력해 온 미국 우방국이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에서는 아프간에서 미처 나오지 못한 각국 국민의 대피를 비롯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이후의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탈레반의 과도정부 구성에 대한 평가와 공동 대응 방안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