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안받기로 확정”...5대 은행 ‘거절’
고팍스, 지방은행과 발급 놓고 최종 논의 중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범)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빅4를 제외하고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를 확보한 곳은 없다. 사실상 5대 은행이 신규 계좌발급을 거절하면서, 일부 지방은행이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의 명운을 틀어쥐고 관련 사항을 논의중이다. 이번 주 안으로 1~2곳 실명계좌를 받은 곳이 나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6일 금융권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지방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을 높고 막판까지 고심중이다.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곳으로는 전북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곳은 거래량 기준으로 국내 거래소 중 4번째로 많은 고팍스이다. 업계에서는 이날 혹은 내일중으로 물밑 협상을 진행중인 고팍스의 실명계좌 발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팍스와 함께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이 컸던 지닥은 실명계좌 발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닥은 지난 13일 “4개 은행의 실사를 거쳤음에도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못했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및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받아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공식 신고를 마친 거래소는 빅 4뿐인데, 추석연휴를 제외하고 신고확인서 제출 준비 절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주가 마감기한이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중소형 거래소들은 막판까지 실명계좌 확보를 위해 여러 은행과 제휴를 논의를 진행해왔다. 실명계좌 제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받은 자금세탁방지(AML)관련 시스템도 대폭 강화해왔다.
이에 기존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6대 은행에서는 우리은행이 막판까지 검토를 했으나 최근 신규 거래소 제휴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우리은행 측은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좌발급과 관련해서 사업부에서 시장을 모니터링 해왔는데, 결국 신규 발급을 하지 않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지방은행은 좀 더 전향적인 분위기다. JB금융의 자회사인 전북은행은 고팍스, 후오비코리아, 지닥과 실명확인 계좌 계약을 논의 중이고, 광주은행은 한빗코와 타진중인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4대 은행과 달리 코인거래소에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주는 곳도 있고, 실명계좌 발급건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며 “조만간 1~2곳 정도 추가로 신규계좌 발급을 받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 온도차를 보이는 이유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휴를 통해 유동성 확보, 고객 저변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대 지방은행(부산, 경남, 대구, 광주, 전북)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2019년 말부터 지속 하락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휴를 통해 상당수준의 수신잔액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코인 거래를 통해 MZ세대를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까지 잡을 수 있다.
실제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상반기 실적이 첫 흑자로 전환했다. 상반기 수신잔액은 7조5400억원이다. 저원가성 예금 비중 증가 덕택으로 순이자가 전년동기대비 3.8배 증가했다. 상반기 고객수도 400만명을 늘리며 인지도를 더욱 넓혔다.
단 금융당국의 여전한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기조, 빅4에 비해 미미한 중소 거래소의 점유율 수준은 실명계좌 발급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자금세탁 관련 염려하는 부분은 공감하지만, 신사업 육성 차원에서 열린 마음으로 기회를 주는 측면도 검토해봤으면 좋겠다”며 “다수의 거래소들은 우선 코인마켓으로 전환한 뒤, 추후 다시 실명계좌 발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B금융 측은 “실명계좌 발급 건에 대해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광주은행은 “공식적으로 접촉하는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