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도착, 공식 일정 시작
미 고위관계자·재외동포 간담회
미 인도태평양 전략 野 입장 전달
대선 우편투표 도입 여부 논의도
취임 후 첫 방미길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4박 6일의 방미 기간 동안 이 대표는 미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외교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재외동포들을 만나 내년 3·9대선에서의 우편투표 도입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수렴한다.
이 대표는 방미 첫 일정으로 캐슬린 스티븐슨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센터장 등과 만나 '미국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새롭게 들어선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과 안보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대표는 "최근 호주와 미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했던 잠수함 구매 문제 등을 포함해 깊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는 시점이고, 동아시아 전략을 완벽하게 열거해 놓은 상태가 아니었다. 이러한 부분을 상의했던 시간"이라 간담회 내용을 전했다.
간담회 직후 이 대표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과 면담했다. 캠벨 조정관은 미국 정부의 한반도 안보 관련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면담 이후 "캠벨 조정관은 동아시아지역의 변화에 대해 국민의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고, 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 쿼드 체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함께 우리도 역할을 하고 싶다는 취지를 전달했다"며 "젊은 세대의 외교 관점이 지금까지의 정통적인 대한민국 보수의 관점과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했고, 캠벨 조정관이 그러한 부분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듯 보였다"고 했다.
캠벨 조정관은 이 대표를 향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및 대중 전략에 관해 국민의힘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젊은 세대가 인권, 기후변화 등 새로운 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외교 현안 관련 일정 이후 이준석 대표는 워싱턴 지역 재외동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재외동포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내년 대선 우편투표 도입 여부가 주요 화두가 됐다.
이 대표와 같은 기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미국을 방문해 우편투표 도입의 전향적 검토를 언급한 만큼, 향후 한국 정치권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 우편투표의 투명성 보장은 도입에 앞서 해결돼야 할 선결 과제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 또한 이날 동포들을 향해 "재외동포 분들의 투표권을 확보하기 위해 당과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송영길 대표와 토론하며 재외국민 투표를 대도시에 살지 않는 분들도 할 수 있도록 우편투표 도입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나 일본은 우편투표를 해도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본국에서 우려가 있는 곳은 중국과 베트남같은 경우"라며 "국민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느냐의 토의를 거칠 계획"이라 설명했다.
탈북민·유학생 등과 간담회 개최
유엔 관계자 만나 언론중재법 우려 전달도
"국민의힘이 文정부와 자세 다른 점 강조"
한편 첫 날 일정을 마친 이 대표는 오는 23일 워싱턴에 거주하는 탈북민과 유학생을 만나 간담회를 가지고, 영 김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과 면담한다.
이어 24일에는 데릭 콜렛 미 국무부 특별보좌관, 그레고리 믹스 하원외교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며 뉴욕으로 이동해 브랜즈 케호리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뉴욕사무소장을 만난 후 재외동포들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뉴욕 일정에서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미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국경없는기자회 및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한국의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워싱턴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을 앞두고 이런저런 어젠다를 내놓는 것에 대해 국제적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고, 국내에서도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문재인정부에 비해 한미·미일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동아시아안보체제에 대해 다른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킬 것"이라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 국민 입장에서 북한의 신뢰할 수 없는 일련의 행동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미국 조야에 냉정하게 전달하고 상의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희망적인 것만 강조돼선 미국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임기 초인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차기 정부와 논의하고 싶은 게 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야당으로서 각종 외교 현안을 두고 현 정부와 차별화된 입장을 강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