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주문하고 픽업까지…인카페이먼트 기능 추가
높아진 응답성에 개선된 뒷좌석 승차감…3040세대에 최적화된 세단
9대 1.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SUV와 세단 비중이다. 판매량의 대부분이 QM6와 XM3에 쏠려있다. 세단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한 달 평균 200여대 수준인 SM6 판매량은 르노삼성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숙제다.
지난해 7월 르노삼성은 디자인은 유지하되 속은 파워트레인부터 서스펜션까지 완전히 바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더 뉴 SM6'를 야심차게 내놨다. 승차감이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판매량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에 출시된 2022년형 모델엔 비대면 트렌드에 발 맞춰 차량용 결제서비스인 '인카페이먼트(In-Car Payment)' 기능을 새롭게 탑재했다. 판매가격 매력도도 한층 높여 고객들에게 한 번 더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7일 경기 남양주시 소재 프라움 악기 박물관에서 2022년형 SM6 출시 기념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열었다. 이날 시승 코스는 프라움 악기 박물관에서 출발해 엘리시안강촌에 도착하는 왕복 127km 거리, 총 140분이 소요된 코스였다. 시승 차량은 '더 뉴 SM6 TCe 300'과 '더 뉴 TCe 260'이었다.
시승 당일 아침은 먹구름으로 우중충했지만 'TCe 300 프리미에르' 빈티지 레드는 전혀 기죽지 않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외관 만큼 내관도 화려했다. 나파 가죽으로 된 시트와 목을 받쳐주는 좌우 날개 형상의 헤드레스트는 고급 세단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켰다. 가장 눈에 띈 것은 10.25인치 클러스터 화면인데, 대형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처럼 직관적이었다. 운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조기능은 별도로 물리버튼으로 분리해 편의성을 높였다.
출발 전 차량용 2022년형에 탑재된 결제서비스 '인카페이먼트'를 실행했다. 화면 애플리케이션에서 '오윈'을 누르면 주유, 편의점, 식음료 등의 탭이 생성된다. 편의점을 클릭하자 내 위치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편의점 이름과 주소가 나온다. 주유 버튼을 누를 경우, 가까운 위치 또는 기름 가격 순으로 주유소를 정렬해준다.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수락을 누르자 해당 위치의 편의점으로 길안내가 시작됐다. 이때 예상 도착 시간이 자동으로 계산되며, 주변 교통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픽업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10여 분을 달려 편의점에 도착한 뒤 '매장 호출' 버튼을 누르니 직원이 바로 나와 상품을 전달했다.
여러 매장에서 실시하는 '드라이브 스루'처럼 결제부터 픽업까지 차 안에서 할 수 있도록 있는 장점을 극대화했다. 조작이 어렵지 않은데다 비대면 결제가 갈수록 선호되는 추세여서 '카페이' 활용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 뉴 SM6'는 보이는 부분 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집중한 모델이다. 지난해 부분변경을 거치며 이전 모델 보다 월등한 상품성을 갖춘 중형 세단으로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먼저 잘생긴 외관은 그대로 두되, 엔진 라인업을 확 바꿨다. 현재 SM6의 엔진은 2.0ℓ LPe, 1.3ℓ TCe 260. 1.8ℓ TCe 300이며 LPe는 LPG 엔진을, TCe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었다.
TCe 300은 1.8ℓ 의 배기량에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30.6㎏·m의 힘을 내뿜는다. TCe 260은 은 1.3ℓ의 낮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6.5㎏·m라는 만만찮은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게트락(GETRAG)의 7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의 조합으로 한결 편안해진 주행감을 구현했다. SM6은 이전 모델에서 발견된 변속 시 차량 울컥거림(Jerking)을 개선하기 위해 Anti-Jerking 기능을 적용하고 변속조건을 최적화했다.
주행모드를 컴포트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계기반과 엠비언트 라이트(실내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뀌며 질주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RPM이 속도감 있게 올라가며 빠른 응답성을 보인다.
속도가 130km를 훌쩍 넘었지만 가속을 체감하기 힘들만큼 부드러운 주행감이 느껴졌다. 풍절음이 완벽하게 차단되지는 않았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SM6는 차체 각 부위에 적용한 흡음재와 차음윈드실드 글라스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줄여 상당한 정숙성을 실현했다. 특히 TCe 300는 실내에 유입되는 엔진소음의 반대 위상 음파를 내보내 소음을 저감시키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을 동급 최초로 기본 적용했다.
제동력을 확인하기 위해 회차지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속도를 높인 뒤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제동을 시도하니 차가 살짝 끌리며 완전히 멈췄다. 시승 당일 비가 와 노면이 젖은 상태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아쉽긴 했다.
각각 1시간을 달린 TCe 300과 TCe 260의 복합연비(타이어 19인치 기준)는 12.3km/ℓ, 17.8km/ℓ였다. 공인 복합연비는 11.6km/ℓ, 12.9km/ℓ로 교통상황에 따라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고, 주행모드도 여러 차례 바꾼 것 치고는 상당히 양호한 성적이었다.
SM6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뒷좌석 승차감이다. 이전 모델은 토션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M 링크 서스펜션을 추가했지만 경쟁차종과 비교해 '불편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
부분변경 모델은 프런트와 리어댐퍼에 MVS(모듈러 밸브 시스템)을 적용했다. 여기에 리어 서스펜션의 부시를 기존의 지름 69mm에서 82mm 크기의 하이드로 부시(Hydro Bush)로 바꿔 노면 진동을 상당히 잡았다. 부시란 서스펜션에서 연골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주로 서스펜션의 진동이 차체로 전달되는 걸 막아준다.
승차감을 확인하기 위해 돌아오는 구간엔 뒷좌석에 앉았다. 강촌에서 가평으로 넘어오며 몇 차례 과속방지턱을 넘자 예상한 만큼의 노면충격이 느껴졌다.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투박함은 줄었다. 다만 경쟁차종 보다 우수하다할 정도는 아니어서, '이전' 보다 나아졌다는 데 방점을 둬야 할 것 같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는 기본소음과 잔진동을 경험했지만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하는 동안에는 일반 중형 세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작정하고 노면충격이 어떤지, 감쇠력이 어떤지를 측정할 목적이 아니라면 2열에서도 무난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열선버튼을 켠 뒤 정속주행을 하자 이내 졸음이 몰려왔다. 그만큼 편안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2열에 탔다면 무게 중심이 맞아 더 좋은 승차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2열은 리클라이닝이 되지 않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 점이 아쉬웠다. 스피커도 1열에 몰려 있다보니 주행 '편안함'은 있어도 '즐거움'은 적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패밀리카 보다는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콘셉트가 더 어울린다.
SM6는 세련된 외관만큼이나 개선된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으로 무장해 돌아왔다. 그럼에도 판매가 따라주지 않는 것은 경쟁차량의 판매량이 워낙 굳건한데다, 뒷좌석 승차감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난'하지만 '특별'하지는 않다는 반응도 있다.
르노삼성은 이런 고객의 소리를 모두 반영해 승차감과 핸들링, 출발 시 울컥거림을 모두 개선했다. 여기에 2022년형은 '인카페이먼트' '안전지원 콜 서비스' 등을 새롭게 추가하며 고객 어필에 나섰다. 갈수록 눈높이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중형 세단 시장이 르노삼성의 '진심'을 얼마나 알아줄 지는 이후 판매량에 달려있다.
2022년형 SM6의 가격은 개소세 3.5% 기준으로 TCe 260 ▲SE 트림 2386만원 ▲LE 트림 2739만원 ▲RE 트림 2975만원이며, TCe 300 ▲프리미에르 3387만원, LPe ▲SE Plus 트림 2513만원 ▲LE 트림 2719만원이다.
▲ 장점
-부드럽고 경쾌한 주행감.
-가성비 좋은 중형 세단을 원하는 3040 오너에게 추천.
▲ 단점
-좌우 날개 형상의 헤드레스트 자체는 예쁘지만, 뒷좌석에서는 전방 시야를 다 가린다.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