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 떠나는 출국장에서 사과나 해명 없이 쫓기듯 떠나
그리스 현지 도착해 환대 받아...국내 복귀 현실적으로 어려울 듯
이젠 안녕인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국내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이재영·이다영(25) 쌍둥이 자매가 그리스로 출국했다.
트레이닝 복을 입은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그리스로 출국했다. 자매는 지난 여름 그리스 여자프로배구 PAOK 테살로니키 구단 입단에 합의했지만, 국제이적동의서(ITC)와 취업비자 발급 지연으로 이적에 난항을 겪다 뒤늦게 그리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출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쌍둥이 자매는 쏟아지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겼을 뿐,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다. 자매 옆에 있던 배구 국가대표 출신의 어머니 김경희 씨만 “고개 들어” “정신 차려라” 등의 목소리만 들렸다.
둘은 출국 전 한 매체와 통화에서 “과거 잘못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배구 팬들과 학폭 피해자들에게 평생 사죄하고 반성하겠다”고 전했다. 또 최근 남편과 가정폭력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 휩싸인 이다영은 “여자로서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라고 말했다.
'학폭' 논란으로 국가대표는 물론 국내 배구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둘은 출국을 앞두고 진주 모교에서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후배들이 없는 야간시간을 이용해 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거운 표정을 띠고 쫓기듯 출국장을 빠져나간 두 자매는 그리스에 도착해 환한 미소를 띠었다.
구단 공식 SNS를 통해 “둘의 입국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며 들떴던 PAOK 테살로니키 구단은 단장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이 공항으로 마중 나와 둘을 환대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직권으로 ITC를 발급한 지 약 3주 만의 입국이다.
구단은 두 선수의 입단을 공식화하면서 둘의 사진을 전면에 띄우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이재영 이다영은 지난 시즌보다 약 80% 정도 깎인 순수 연봉 6만 유로(이재영), 3만5000 유로(이다영)를 받고 그리스리그에서 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리그는 지난 9일 개막, 팀 훈련에 합류한 뒤 데뷔 시점을 조율할 계획이다. “배구를 포기할 수 없어서 그리스 이적을 택했다”는 국가대표 출신의 이재영-이다영은 배구 선수로서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더 이상 국내에서 활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성난 여론을 달랠 정도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었다.
지난 1일 둘의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외국으로 도망간 두 선수(이재영·이다영)의 국내 복귀를 허용해줄 수 있는가”라고 묻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내 복귀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복귀를 추진할 경우 어떤 입장이냐”는 이 의원 질의에 대한배구협회는 “프로 선수나 실업팀 선수로 복귀하려 할 경우 규정상 막을 수는 없지만 국민들의 거센 질타에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떠났기 때문에 관련 팀들이 부담을 느껴 현실적으로 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