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말에서 시작된 당정 극한 대치
SNS 통해 '철회'…與 부랴부랴 부연
기재부 때리더니, 하루 만에 "예산부족"
트럼프식 국정 판박이 '빠르지만 위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고집하지 않겠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요청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난달 29일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언급한 뒤 20여 일 동안 이어졌던 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힘겨루기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결단은 SNS를 통해 공개됐다. 이 후보는 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장은 다급한데 정치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적었다. “지원의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내 ‘정치개혁 의원모임’ 의원들과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난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야당의 반대와 정부의 입장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대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며 “어떤 형식이든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의 발표 뒤 민주당 정책위는 부랴부랴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가 설명에 나섰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니 (초과 세수를) 이연, 납부 유예한 재원으로는 일상회복지원금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정책위에서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뒤 이 후보가 최종적으로 결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 전과는 180도 달라진 기류다. 기재부는 재정 여력이 없다며 반대해왔지만, 민주당은 “재졍 문제가 있으니 25만원 정도로 조율을 했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편성을 압박해왔다. 기재부의 초과 세수 축소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거론하기까지 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말에서 시작된 예산안 당정 갈등이 갑작스런 ‘SNS 결단’으로 일단락 된 셈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말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정책위의장은 “보는 사람마다 관점은 다르겠지만 굉장히 유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감쌌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이 후보는 실용주의적인 판단을 하는 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내 이견이 있었지만 후보의 첫 공식 요청이었다는 점에서 전당적으로 나선 것인데...”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인사도 있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일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도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의 중대 사안을 결단하고 개인 SNS에 즉흥적으로 발표해 ‘미국의 주요 정책은 트위터가 제일 빠르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신속한 대국민 소통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권력자 1인 중심으로 흐를 위험성이 커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 후보가 SNS를 통해서 정치적으로 성장을 했고, 자신의 주장을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닮은 면이 있다”며 “문제는 (대통령 후보라는) 중요한 위치에서 주요 사안을 개인이 결단하고 대중과 즉흥적으로 소통해버린다면 공조직과 시스템이 무너지고 자칫하면 독재나 파시즘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