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에 홍콩‧러시아 법인 등 3곳 청산
동남아지역 코로나19 확산세에 자국 기업 우선 정책에 발목
베트남‧인도네시아서 백화점‧마트 부문 적자전환
롯데쇼핑이 국내에 이어 해외사업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와의 마찰로 중국 내 사업 정리를 마무리한 이후 러시아에 이어 최근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채널 부진이 심각한 동남아까지 범위를 확대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3분기 중 Lotte Shopping Business Management(Hong Kong) Limited, Lotte Shopping Holdings(Hong Kong), LOTTE SHOPPING RUS Ltd 등 3개 종속기업을 청산했다.
이들 3개 법인 청산에 앞서 롯데쇼핑은 유상증자를 통해 작년 19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사업 정리에 따른 비용과 더불어 법인 청산을 위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백화점, 마트 등 사업을 접으면서 중국 사업을 총괄해온 홍콩지주사와 법인도 역할을 다 한 셈이다. 러시아 법인은 작년 6월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이 영업을 종료한데 따른 것이다.
앞서 작년에는 현지 마트 사업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랴오닝‧지린 등 롯데마트 현지 법인도 청산한 바 있다.
롯데는 사드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내 백화점 5곳, 롯데마트 110여곳을 운영했다. 하지만 매각과 폐점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롯데백화점 청두점 1곳 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중국 청두에서 복합단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6만6000㎡ 부지에 1조원을 들여 1단계 아파트 단지를, 2단계로 호텔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등 상업시설을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완공 이후 사드 사태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적자만 쌓이는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LOTTE PROPERTIES (CHENGDU) HK LIMITED는 3분기에만 67억원의 적자를 냈다.
다만 청두 프로젝트의 경우 당분간 사업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투자비용이 큰 데다 향후 중국 사업 재개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동남아로 구조조정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남아는 중국을 대신해 새로운 사업지로 각광을 받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적자가 누적되면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분기 말 기준 베트남에 백화점 2곳과 할인점 14곳, 인도네시아에는 백화점 1곳과 도소매 할인점 49곳을 운영하고 있다. 3분기의 경우 백화점, 할인점 사업부 모두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적자를 냈다.
당국의 방역 조치 강화로 매장 영업이 중단되는 등 제대로 영업활동을 하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는 정치 풍토도 영향을 미치면서 경쟁사인 이마트는 지난 5월 베트남 합작사에 지분을 매각하고 사업을 정리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한류 등 영향으로 한 때 기회의 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영업중단 등 강력한 방역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백화점, 마트 같은 유통 채널에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의 경우 유통뿐만 아니라 식품, 외식, 화학 등 주요 계열사가 대부분 나가 있는 상황이라 한 번에 발을 빼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손실을 계속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