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홍 속 김부겸 등판…위기 커지는 대구시장戰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6.03.31 00:05  수정 2026.03.31 00:15

"대구가 국민의힘 버려야 한다"

김부겸, '보수의 심장'에 도전장

'컷오프' 둔 주호영과의 갈등 지속

"후보 누가돼도 선거 쉽지 않을 것"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대구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거물급 인사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선거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의 등판 배경에는 국민의힘이 내홍을 겪으며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컷오프(공천 배제)를 둘러싸고 내홍만 깊어지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대구가 앞장서 국민의힘을 버려야 한다"며 '보수의 심장' 대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전 총리는 "피하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 제가 져야 할 책임은 결국 대구였다"며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균형 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밝혔다.


대구가 침체된 데에는 수십년간 지방 권력을 독점하며 지역 발전을 방관해 온 국민의힘의 책임이 크다고 거듭 비판하며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날을 세웠다.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국민의힘 안팎도 요동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도 컷오프를 당한 주호영 의원과 당의 갈등은 지속됐다.


주호영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정현 공관위원장과 장동혁 대표를 향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것이 경선 과정이 돼야 하는데, 경쟁력 있는 후보는 잘라 놓고 참아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위원장과 장 대표가) 일을 많이 흩트려 놨는데, 이제 수습을 못 하니 제발 좀 참아주면 안 되겠냐는 이런 기조"라고 직격했다.


이어 "오늘 김부겸 전 총리가 서울과 대구에서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지금 여러 가지 여론조사에서도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대구 시민의 주권을 침해하고 당원들의 당원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방선거에서)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악수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주호영 의원ⓒ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주 의원에게 선당후사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은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운함과 아쉬움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선당후사의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이분들이 뿌리는 국민의 힘이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우리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있다"며 "무소속 출마로 표가 흩어지는 일이 없도록 대구시당위원장으로서 대구 국회의원들과 애쓰고 있다. 다 함께 지혜를 모아 우리가 결국은 한 팀으로 가야 된다고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컷오프 된 두 후보의 행보를 중앙당에서 감을 못 잡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는 "후보 캠프에 있는 나름대로 큰 어른들이라는 분을 우리는 접촉을 할 수 있으니 그분들을 통해 우리가 당이 하나가 돼 가야한다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 지도부에는 대구시당 중심으로 대구시장 선거를 치러 대구의 정치적 정체성과 자존감을 되찾는 데 중앙당이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중앙에서 꽂는 막대기 때문에 시민들이 굉장히 화가 나 있다"며 "이제는 어떠한 막대기라도 우리가 꽂아주지 중앙당에서 꽂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면서 (이날 오전 장 대표로부터) 약속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거물급 인사의 등판에도 국민의힘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보수 텃밭' 대구시장 선거 역시 국민의힘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구 지역구 국민의힘 의원은 "공천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대구시장 선거판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김 전 부총리 역시 총리 재임시절 대구를 위해 기여한 바가 없고 탈대구를 꾀해왔던 양반이기 때문에 비호감 분위기도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대구·경북(TK)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일하게 나오지 않았느냐. 그렇게 되면 사실 아성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라며 "후보가 누가 돼도 (민주당에게) 이기기 힘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역설적으로 보수를 망치는 사람들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라며 여론과 동떨어진, 완전히 자기네들이 섬 같이 전락한 것이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강성 노선을 견지해 온 장동혁 대표의 색채를 덜어낼 수 있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조속히 출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론조사에서 TK 지지율이 흔들리는 것은 국민의힘에 대한 경고 메시다. 제발 좀 잘하라는 뜻"이라며 "현재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장동혁 지도부의 색깔을 뺀 선대위 구성, 경기지사로 유승민 영입, 공천 갈등 수습 등"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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