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공천, 4월 말에나 결정될 듯
공천 기준 지지부진에 출마자만 증가
원팀 구축 위해선 '전략 경선' 필요성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 대표의 방침에 따라 6·3 지방선거 공천 관련해 컷오프(공천배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공정 경선을 추구한 탓에 잡음은 나지 않고 있지만, 오히려 재보궐 선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당이 재보궐 선거 공천을 후순위에 둔 탓에 후보군만 늘어나 무작정 지역 활동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정 대표의 선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30일 여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전략 공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선거 경선이 마무리되는 4월 말쯤 전국 판세를 보고 국회의원 후보자를 전략적으로 판단해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인천 계양을을 비롯해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경기 안산갑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5곳이다. 여기에 박찬대·김상욱 의원이 각각 인천시장과 울산시장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서, 인천 연수갑과 울산 남갑도 포함될 전망이다. 사실상 미니 총선급으로 판이 커졌다. 격전지는 계양을과 안산갑이 꼽힌다. 굵직한 이름의 인사가 깃발을 꽂기 위해 달려든 지역이기 때문이다.
계양을의 경우, 송영길 전 대표와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를 공식화하고 지역 주민과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 계양을은 당초 송 전 대표가 5선을 한 지역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넘겨받은 이후 '대통령 배출 지역구'라는 상징성을 가지게 됐다. 여기에 맞춰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되는 김 전 대변인이 도전장을 냈지만,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 무죄로 복당한 송 전 대표가 곧바로 계양을 출마를 못 박으면서 양측 간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상황이다.
송 전 대표와 김 전 대변인은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지난 2월 이후 줄곧 지역 민심을 확보하기 위해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운산업단지와 귤현차량사업소 등 현장을 찾았다고 언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 귀하게 듣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23일 제26회 인천국제하프마라톤에 참여해 완주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다시 달린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양측 모두 계양을 공천에 대해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보름 넘게 남은 탓에 막연하게 주민과의 접촉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 중 한 명이 연수갑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마저도 선제적으로 출마 의사를 내비친 인사가 등장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박남춘 전 인천시장이 연수갑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연수갑은 박 의원이 3선을 한 지역이지만, 박 의원 스스로도 보수세가 강한 곳이라며 녹록지 않은 지역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미 박 전 시장은 최근 지역 경로당과 행사를 잇달아 방문하며 민심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계양을에서 불가피하게 한 명의 인사가 연수갑으로 옮긴다면 박 전 시장과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와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지역을 닦고 있는 인사들 입장에선 갑자기 다른 지역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만, 당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탓에 우선 지역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전 대변인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의 지방선거 스케쥴과 재보궐 스케쥴이 다른 탓에 다들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4월 말쯤에나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우선 열심히 지역 주민을 만나기 위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계양을에 대한) 제 의지는 분명하게 밝히되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면서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송 전 대표와 김 전 대변인은 그나마 연수갑이라는 대안이 있는 탓에 큰 마찰이 없는 모양새지만, 안산갑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양문석 민주당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안산갑은 당초 전해철 전 의원과 김남국 대변인이 거론됐다. 여기에 양 전 의원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거론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연출되고 있다.
전 전 의원과 김 대변인은 그동안 당의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말을 아껴왔지만, 양 전 의원이 직접 김 전 부원장에게 안산갑 지역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갈등을 키웠다. 김 대변인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적임자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안산 시민이 민주당에 보낸 기대와 막중한 책임을 겸허히 경청하는 일"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산갑 역시 정 대표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의원 그룹인 '7인회' 출신이고,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통령이 직접 측근이라고 언급한 핵심 인물이다.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로 꼽힌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전 전 의원은 안산갑에서 3선을 지냈지만 21대 총선에서 '비명횡사' 논란 속에서 고배를 마신 탓에 당 입장에선 빚이 있는 인물이다.
정 대표가 교통정리 없이 특정 인물을 전략 공천할 경우, 자칫 분란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전략 경선'을 통한 공정성이 담보될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전 의원은 "전략 공천의 경우, 단수 공천도 있지만 '경선 제안'도 전략 공천이다"라면서 "당이 구체적인 공천 관련 기준과 절차를 설명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 입장에선 다소 답답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 "일단 당이 지방선거의 큰 윤곽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재보궐 공천 관련해 정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과 함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경선'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골치 아픈 지역은 경선할 수밖에 없다"며 "전략 공천이 불가피한 지역이 있을 수 있지만, 민주당이 이기는 지역의 경우 경선을 붙이는 것이 깔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양을처럼 민감한 지역은 조율이 필요한데, 청와대의 의중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사태로 정 대표가 이번 공천을 자기중심적으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안을 찾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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