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태도로 개전의 정 안 보여”
교무부장 아버지가 유출한 시험 답안을 보고 숙명여고 내신 시험을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쌍둥이 자매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이관형 최병률 원정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쌍둥이 딸(20) 두 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혐의에 죄증이 명백한데도 범행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법과 사회 질서를 부정하는 반사회적 태도를 보였다”며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이 어린 10대 학생들에게 이런 모습을 갖게 했는지 생각해봤다”며 “성공지상주의와 결과지상주의가 지배하고 뉘우침과 고백이 없는 사회와 어른들이 이런 비극을 만든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많이 남은 피고인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마음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둥이 자매의 변호인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의심만 존재할 뿐 의심이 증거에 의해 입증되는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관이 영장에 압수 대상으로 기재되지 않은 성적통지표를 압수했고, 자매의 휴대전화를 본인들 동의 없이 아버지 현씨에게서 압수하는 등 위법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쌍둥이 자매 중 언니는 앞선 두 차례의 공판에 이어 이날도 건강상 이유를 들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동생과 변호인들만 출석한 채 재판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검찰은 쌍둥이 자매가 미성년자였던 1심에서 장기 3년·단기 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두 딸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