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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2 10:16 수정 2021.11.22 10:16        데스크 (desk@dailian.co.kr)

먼저 송영길 대표

다음으로 한준호 후보 수행실장

끝으로 이재명 후보

송영길 더물어민주당대표, 한준호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 이재명 후보(왼쪽부터).ⓒ데일리안 DB

이재명·송영길·한준호. 대선 후보, 당 대표, 후보 수행실장이라면 ‘일심동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긴밀한 사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그런지 시야(視野)·시각(視角)·화법도 유사하다. 세상이나 사람을 넓게 보면 좋으련만 대상의 한 부분에만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것도 바로 보는 게 아니라 비틀고 뒤집기를 능사로 한다.


<먼저 송영길 대표>

이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2021년 정기총회에서 민주당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비교하는 발언을 많이 억지스럽게 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화전민의 아들로 아홉 식구 일곱째로 태어나 여섯 군데인가 소년공으로 공장 생활을 했다”고 소개했다. 반면에 윤 후보를 가리키면서는 “돌잔치에 엔화가 우리나라 돈 대신 돌상에 놓였을 정도로 일본과 가까운 유복한 연세대 교수(윤기중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아들로 태어난 윤석열씨”라고 이죽거리며 깎아내렸다. 윤 후보 가족을 겨냥해 ‘크리미널 패밀리’라는 표현도 구사했다.


1. ‘가난한 성장기’가 대통령 자격 요건이라는 인식인가? 성장 이후에 출세해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은 어느 쪽으로 분류가 돼야 하나? 언제까지 흙수저 금수저로 편 가르기를 계속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가.


2. 후보의 부친이 일본 히토쓰바시 대학교에서 수학한 것을 꼬집은 듯 한데 그러려면 자신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 학사 학위를 가진 사실을 먼저 밝히는 게 순서 아닌가.


3. ‘돌상에 우리 돈이 아닌 엔화가’라고 했다. a 그 때 윤 후보는 첫돌 아기였다. 그 아기를 두고 시비를 거는 건가. b 자식 첫돌에 상을 차렸다고 조롱하는 것은 어느 나라 습속인가. c 더욱이 그건 엔화가 아니라 분명한 우리 돈이었다.


4. 검사로서 검찰총장을 하고 갑의 위치에 살다가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게 잘못인 듯이 말하기도 했는데, 그러면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는 송 대표가 속한 정권 측이 특허권을 가졌다는 것인가.


5. 아무리 경쟁 상대라고 하지만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크리미널 패밀리’ 운운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과도한 낙인찍기 아닌가.


엔화가 아니라 우리 돈 천환권으로 밝혀지자 민주당 공보국은 20일 공지 메시지를 통해 유감을 표했다. 당 대표가 아무리 높아도 그렇지, 험담을 자기 입으로 했으면 사과도 자신이 해야 도리다. 도덕적 자기규율이 이처럼 해이한 사람이 집권당의 대표로서 재집권 운동을 이끌다니!


21일 페이스북에 “간절한 마음으로 108배를 올린다”는 글을 올렸던데 뭘 참회하고 뭘 내려놓고 뭘 발원했는지 궁금하다.


<다음으로 한준호 후보 수행실장>

그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이 후보의 부인과 국민의힘 윤 후보의 부인을 비교하는 글을 올렸다.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합니다.”


이렇게 쓰고 다음에 김 씨에 대한 의혹을 열거한 다음 “범죄혐의 가족을 청와대 안주인으로 모셔야 할까요?”라고 끝맺었다.


41분 만에 첫줄은 삭제했다고 하지만 이게 민주당의 여성관이라면 흔한 말로 ‘자폭’하는 게 옳다. 여성은 ‘아이들의 어머니인 여성’과 ‘강아지의 어머니인 여성’으로 구분된다는 의미인가? 여성의 인격은 출산 여부로 결정되는가. ‘무자녀 대통령 부인’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인가. 유산의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을 그렇게 모질게 비아냥거리면서도 아무 느낌이 없었는가.


한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20일 페이스북에 “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거나 상처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이들의 자기 과오 수습 방법은 늘 이렇다. ‘유감’ ‘사과’로 큰 선심이나 쓰듯 하는 게 고작이다.정말 잘못했다는 깨달음이 있었다면 자리를 내놨어야 할 텐데 눈곱만큼도 그럴 생각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끝으로 이재명 후보>

이 분이 20일 페이스북에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전국 순회 소감을 올리면서 갑자기 ‘반성과 사과 모드’로 돌아섰다. 그는 “해명보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였어야 했다”며 “저부터 변하겠다. 민주당도 새롭게 태어나면 좋겠다”고 썼다.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엄청난 충격에 할 말을 잊게 만들었던 이른바 ‘형수 욕설’, 그리고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등에 대한 그간의 배짱 대응이 오히려 불신과 반감을 유발했다고 판단한 듯하다.


정말 깨달음이 있었다면 “저부터 변하겠다”가 아니라 “제가 변하겠다”여야 한 것 아닐까.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것으로는 그 흉측한 ‘욕설’의 해명이 되지 않는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국민의 분노도 공익환수 규모가 아닌 서민의 박탈감 상실감 때문이었다. 이 후보는 자기 정당화로 민심에 맞섰고 그것이 지지율 정체 또는 하락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가장 큰 무기는 ‘소년공’ 이력인 듯하다. 어릴 때부터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하며 자랐다는 사실을 그는 국가나 국민에 대한 자신의 보상 청구권쯤으로 인식하는 인상을 줬다. 의식의 밑바닥에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이니까 당연히 국민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신조가 뿌리박고 있었던 걸까.


소년공 시절 동생과 찍은 사진을 2017년 1월 20일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그 때 ‘산재 장애인’이 되었다고 했다. 옆에 선 동생이 환경미화원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우리는 이처럼 여전히 무수저적 그 모습이랍니다”라고 말하려는 듯이. 그러면서 사흘 후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원래 컬러이던 이 사진을 지난 10월 7일 이경 당시 이 후보 캠프 대변인이 흑백으로 바꿔 페이스북에 올렸다. 역시 무수저 자랑이었겠는데 그 사진만 올린 게 아니라 바로 옆에 단정한 교복에다 나비넥타이까지 한 윤 후보의 어릴 적 컬러 사진을 같이 올렸다. 이 대변인은 “이재명의 옷과 윤석열의 옷”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이어서 “사진을 보며 생각은 각자의 그릇만큼”이라고 적었다. 컬러 사진을 굳이 흑백으로 바꿔 윤 후보의 컬러 사진과 대비시켜야 할 정도로 ‘무수저 게임’에 빠져들었던 것일까? ‘각자의 그릇만큼’은 협박으로 느껴지기 십상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려는 뜻을 알고 싶다. 우리의 어린이들을 모두 무수저로 만들어, 훗날 그걸 자랑하며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수 있게 하겠다? 설마 그런 생각이야 하겠는가. 국민을 ‘금수저’ ‘흙수저’로 갈라놓는 것이야말로 국가발전과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악질적 선동술이다.


지금은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다. 선진국이 되었으면 의식도 행태도 선진화 돼야 한다. 국민은 21세기에 있는데 정당과 후보들은 20세기의 논리와 행태와 선동 구호로 민심을 유혹하고 있어선 곤란하다. 이게 바로 국격의 문제다. 이제라도 문제의 한 부분을 깨달은 것은 다행인데, 깨달은 대로 실천하는 게 진정한 변화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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