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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삼성 위한 개척정신 외친 이재용 부회장, 美 출장 마무리


입력 2021.11.23 15:39 수정 2021.11.23 15:4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초격차 전략 한계...“가보지 않은 미래 개척해야 생존”

백악관서 실리콘밸리까지...美 정·재계 네트워크 망라

20조 투자 제 2파운드리 공장 투자 부지 조만간 결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에서 출국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로운 삼성을 위한 개척정신을 강조하며 약 열흘간의 미국 출장을 마무리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거대한 전환기를 맞아 그동안의 초격차(경쟁자보다 기술이나 시장을 선점)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넘어 미래에 대한 개척정신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여기에 미국 동부와 서부를 횡단하며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만남을 갖고 사업협력을 꾀하는 기업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반도체 현안을 해결하려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괄목할만한 행보를 펼쳤다.


23일 삼성전자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국 출장을 떠난 이재용 부회장은 10박11일의 일정을 마치고 24일 귀국한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을 통해 새로운 삼성, 뉴 삼성으로의 변화와 혁신 의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그동안 초격차 전략을 넘어서는 개척자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각)과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와 세트(완제품) 연구소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며 혁신 노력에 가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미국 동부와 서부를 횡단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주요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과 잇따라 만남을 갖고 상호 협력을 통한 미래 동반 성장의 기틀을 구축한 것도 큰 성과다. 5년만의 미국 방문이었지만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입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만남을 갖고 있다.ⓒ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CEO 등 경영진을 만나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스마트 소프트웨어(SW)·정보통신기술(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동맹' 관계로 애플 진영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향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 도약이라는 폭표를 제시(반도체 비전 2030)한 상태로 구글과의 협력 강화는 이를 달성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일에는 워싱턴주 소재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를 방문해 사티아 나델라 CEO를 만나 반도체와 모바일은 물론 VR·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SW 생태계 확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아마존 본사도 방문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컴퓨팅, 모바일 혁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관련된 전략을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업체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뉴저지주 배스킹리지)와, 16일에는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등과 잇따라 만남을 갖고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꼽는 바이오·통신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도 꾀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연방의회 핵심 의원들을 잇달아 만남을 가지며 민간 외교관 역할도 훌륭히 수행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을 찾아 바이든 정부의 핵심 관계자와 면담했고 전날인 18일에는 미 연방의회 의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미 정부 관계자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해결 방안, 연방 정부 차원의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 5세대이동통신(5G) 네트워크와 바이오 등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한·미 양국의 민·관 전략적 협력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삼성전자

미 연방의회 의원들에게는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반도체생산촉진법·CHIPS Act)’ 통과 등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때 차등 없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법안 내용에 대해 연방의회 하원에서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관점에서는 외국 기업의 CEO인 이 부회장이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미국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현안들을 논의하는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건설하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지역도 조만간 확정될 예정인데 이재용 부회장의 귀국 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로 추가 생산라인 증설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 왔다. 이에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번 투자 건은 삼성의 해외 단일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주 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상 등의 문제로 공장 부지는 최종 확정되지 않아왔다.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을 계기로 이를 마무리짓고 최종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에서 글로벌 정·재계 네트워크를 재가동하는 한편 ‘뉴 삼성’ 비전을 보다 구체화하는 행보를 펼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이후 13개월만에 이뤄진 해외 출장에서 미국 정·재계를 망라하는 폭 넓은 경영 행보를 보였다”며 “뉴 삼성에 대한 구상을 더욱 구체화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귀국 이후 인사와 글로벌 전략회의 등을 통해 이를 어떻게 실행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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