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원 감독 경질 이후 첫 경기서 흥국생명에 셧아웃 승리
올 시즌 최고 경기력으로 김사니 감독 대행에 첫 승 선물
선수단 내부 불화설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서남원 감독 교체 이후 첫 경기서 예상 밖 승리를 거뒀다.
김사니 감독 대행이 팀을 이끈 IBK기업은행은 2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원정 경기서 세트 스코어 3-0(25-21, 25-18, 27-25)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올 시즌 2승(8패) 째를 거둔 IBK기업은행은 신생 팀 페퍼저축은행을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반면 홈 팀 흥국생명은 5연패에 빠지며 부진을 이어갔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과 세터 조송화의 갈등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에서 작전 타임 도중 주전 세터 조송화가 서남원 감독에게 질책을 당한 뒤 팀을 이탈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김사니 코치도 최근 구단에 쉬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복귀했다.
서남원 감독과 세터 조송화는 훈련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구단은 서남원 감독에 대해 팀 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을 결정했다. 윤재섭 단장도 동시에 옷을 벗었다.
이후 IBK기업은행은 김사니 코치에게 긴급히 대행 자리를 맡겼고, 불과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섰다.
경기 전 김사니 대행이 전한 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김 대행은 “사실 선수들 얼굴이 밝지는 않았다. 너무 마음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훈련 전부터 표정이 밝지 못했고,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해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하지만 집중력만큼은 그 어느 경기 때보다 좋았다.
외국인 선수 라셈이 15득점으로 맹활약한 가운데 김주향(14득점), 표승주(14득점), 김희진(11득점)까지 4명의 선수가 득점에 고르게 가담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3세트 막판 집중력이 돋보였다. 1,2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의 역습에 세트 초반에 6-8로 끌려갔지만 끈질기게 따라 붙어 기어코 19-18로 역전에 성공했다.
24-22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이주아와 김미연에 연속 블로킹을 내주며 듀스를 허용했고, 이후 캣벨의 서브 때 리시브가 흔들리며 역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표승주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다시 듀스를 만들었고, 접전 끝에 김수지가 상대 리시브가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마지막 다이렉트 공격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사니 감독 대행도 “이길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IBK기업은행의 경기력은 이전과는 다르게 빼어났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고 갈 길도 멀지만 일단 IBK기업은행은 이번 승리로 깊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결과론적으로 감독 경질 승부수도 어느 정도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