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국가 물관리 경험 바탕
수자원 활용 신재생 에너지 개발
아시아 물 문제 해결 주도까지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54년 전인 1967년 11월 16일 ‘한국수자원개발공사’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중화학공업 육성과 산업구조 근대화를 위한 정부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수자원 종합개발과 이용, 보전에 관한 다양한 사업을 목표로 한 전문적인 물관리 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국가 물관리 전문기관이었던 한국수자원개발공사는 1973년 국가산업기지 개발을 목적으로 산업기지개발공사로 옷을 갈아입게 된다. 수자원 관리 경험 위에 산업단지 개발 역량이 더해진 셈이다.
산업기지 개발과 수자원 관리를 병행한 지 15년이 지난 1988년 지금의 한국수자원공사로 다시 한번 이름을 바꿨다. 이때 국가 수도시설 운영까지 넘겨받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최대 물관리 전문기관으로 성장하게 된다. 1990년에는 수도시설 개발 역할을 추가했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광역 상수도망 운영관리 및 건설을 시작했다.
현재 K-water는 먹는 물의 공급·관리를 기본으로 수자원을 이용한 에너지 개발, 취약지역 물 복지 개선, 스마트 물관리(SWM) 체계 도입까지 역할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하천 생태 복원 등 생태계 건강성 회복과 새로운 수변 가치 창출을 위한 연구를 거듭해 물을 이용한 에너지(수상 태양광, 수열 에너지) 개발, 물 관련 산업 육성과 기술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K-water 관계자는 “우리 공사는 2006년 ‘K-water’ 시대 개막 선언과 함께 새 CI를 제정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국책사업은 물론 해외,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바야흐로 글로벌 물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도약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물관리 실현을 위해 권역본부제를 실시한 K-water는 2015년 4월 ‘제7차 세계물포럼’을 통해 혁신적인 물관리를 선보이고 아시아물위원회(AWC) 창립까지 주도했다. 지금은 54년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 사업 수주 등 세계에 물관리 노하우를 해외에 알려 나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 에너지 역할 확대
세계적으로 장마와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면서 K-water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탄소 중립’이라는 세계 공통 목표 달성에 있어 우리나라 공기업 최초로 기후위기경영을 선포했다. 올해는 전력 사용량 전부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 참여도 선언했다.
물 전문 공기업으로서 K-water가 보유한 전문역량을 활용, 탄소 중립 물생산과 저(低)에너지형 물관리로 탄소 감축을 실현할 계획이다.
수돗물 생산에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도입, 설비 고효율화 등 모든 광역정수장의 탄소 중립을 추진 중이다.
K-water의 역할 강화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빅데이터와 AI, 디지털 트윈(D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유역단위 물순환 모든 과정에 접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댐 안전관리 사업, 드론 기반 안전점검, 실시간 안전감시체계, DT 기반 유역 통합물관리 등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 물관리 사업은 친환경 저탄소 수돗물의 생산과 공급 핵심이다. 취수원 수질 감시를 원격으로 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질 예측능력을 높인다.
정수장 경우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해 약품 주입 등 주요 공정을 자동화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자동 분석해 경보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이런 인공지능 기반 자율운영은 인간 실수를 줄이고 안정적인 저에너지형 고품질 수돗물 생산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water에 대한 기대는 물관리·활용을 넘어 산업 육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전담조직을 꾸려 체계적인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물산업 분야 157개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창업 공간 제공은 물론 기술 컨설팅과 테스트베드(실증·실험) 제공, 기술 검증, 해외 포럼 및 전시회 참여를 지원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물산업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2000억원 규모 모(母)펀드를 마중물로 3000억원 규모 자(子)펀드를 조성 중이다.
K-water는 이를 통해 물산업 분야 유망 스타트업 600여 개를 지원하고 유니콘 기업 5곳을 육성해 신규 일자리 1806개 창출 등 약 4조9000억원 규모 기업가치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시화조력발전소·초순수·낙동강하굿둑개방
K-water의 미래 사업은 우리나라 전체 환경·에너지 산업의 전형이기도 하다. 정부 그린뉴딜, 디지털 뉴딜 사업에 K-water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린뉴딜 대표 사업으로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을 손꼽을 수 있다.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에 13만8000㎡(축구장 12개 크기) 규모로 건설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국내 최초이자 시설용량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2011년 전력 생산을 시작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해마다 50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552G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주변 공원은 연간 1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서해안 대표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시화호를 중심으로 생성되는 해양, 기상, 생태, 수질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2025년까지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마트 자동운전 조력발전소로 거듭날 예정이다.
낙동강 하구 통합물관리 사업도 K-water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환경부와 부산시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기수생태계 복원, 서낙동강 수질 개선, 물재해 예방 등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고 수량·수질·수생태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물관리 체계 구축을 진행 중이다.
K-water 관계자는 “낙동강하굿둑 개방을 통한 기수생태계 복원은 통합물관리를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로 성공적인 통합물관리를 위한 첫 발걸음이자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시험 무대”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는 자연을 보전하고 인간을 이롭게 하는 공간으로서 낙동강 하구의 재탄생을 의미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고 문명과 생태가 화해하는 공간을 만드는 역사적 과업”이라고 밝혔다.
K-water는 54년 노하우의 결집체로 최근 ‘초순수’ 개발에 나섰다. 반도체 개발에 필수 요소인 초순수는 전기전도도, 고형 미립자 수, 생균 수, 유기물 등을 극히 낮은 값으로 억제한 순수한 물을 말한다.
정부가 최근 일본 수출규제 등을 겪으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초순수의 국산화(K-반도체 전략)를 추진하면서 K-water가 선봉에 서게 된 것이다.
현재 환경부 연구개발 사업인 ‘고순도 공업용수 생산공정 국산화 기술개발’에 참여해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용인·평택 공업용수 공급·반도체 설비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에 함께하고 있다.
초순수 기술 국산화를 위한 K-water 노력은 사실 2011년부터 시작했다. 2013년 자체적으로 반도체용 초순수 생산 파일럿(Pilot) 플랜트를 구축해 실증화 시술을 개발해 왔다.
Pilot 플랜트 운영 결과 이온교환수지의 파과점을 예측해 초순수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약품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 등 모두 3건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오는 2025년까지 하루 2400t의 초순수를 생산하는 실증 플랜트를 실제 반도체 공급업체에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초순수 생산시설 구축을 완료하면 반도체 설계·시공·운영 단계별로 쓰이는 초순수 공정의 최대 60%까지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water 노하우 접목 AWC 성공 이끌 것”
[인터뷰]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아시아물위원회(AWC)는 27개 아시아 국가에서 142개 기관이 참여해 물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다. 현재 이곳 수장이 박재현 K-water 사장이다.
박 사장은 “저개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물 문제 이슈를 개발하고 거기에 대한 지원방안을 만들어 주는 곳”이라고 AWC를 설명했다. AWC는 우리나라 주도로 설립했다. 이는 결국 아시아 물 문제의 중추 역할을 우리가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박 사장에 따르면 2015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AWC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박 사장은 “우리 주도로 플랫폼을 만들고 리드하면서 나름 영향력이 높아진 것 같다”며 “국내에서 하는 여러 일을, 물 문제 해결 주체로서 아시아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잡아서 이끌어 보자는 의도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AWC 성공은 우리나라 물 산업 세계화 문제와 연동될 수 있다. 이는 다시 K-water의 물관리 노하우를 AWC에 얼마나 접목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박 사장은 “아시아 물 분야 최대 국제 플랫폼인 AWC와 우리 K-water의 물관리 노하우를 많은 아시아 국가에 확산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달라는 제안도 많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AWC는 활동 범위를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이달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네스코(UNESCO),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관계자들을 만나 중남미 지역 투자 등 업무협약(MOU)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박 사장은 “지난 50여 년 축적한 우리 K-water 노하우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들에 대한 투자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WC를 활용한 K-water의 역량 확대는 기후변화 관련 신재생 에너지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도 특히 최근 개발 속도를 높이는 수상 태양광과 같은 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water는 지난 24일 국내 최대규모 설비를 완료한 경남 합천군 합천댐 수상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오는 향후 9.4GW 전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9.4GW 발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체 댐 면적의 18~20%가량을 수상 태양광 설비로 채워야 한다.
박 사장은 “태양광 패널 효율이 10년에 5% 정도 올라가고 있어 그런 부분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댐 주변 환경문제라던지 안전성, 태양광 구조체 내구성 등 다양한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연계해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물환경 데이터 플랫폼과 국민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환경 정보를 가치 있게 활용하겠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동적 물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물관리 전문 공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