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내부등급법으로 M&A 여력↑
카드업 '내부다지기' 부터 우선해야
우리금융지주에겐 '2021년 11월'은 역사적인 한 달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달 22일 우리금융 지분 9.3%를 매각하면서 사실상 완전민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 달 2일,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을 최종 승인 받았다. 내부등급법을 획득하면 더 많은 돈을 출자할 수 있고 그 돈을 대출사업이나 인수·합병(M&A)에 활용할 수 있다.
2019년 지주 재설립 이후 2년 만에 우리금융은 이 두 가지를 해결했다. 우리금융 앞에는 꽃길만이 깔린 셈이다. 우리금융도 '앞날'을 생각하고 있다. 민영화와 내부등급법 취득에 성공하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기에 완성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춰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금융지주 대비 취약한 증권·보험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격적인 M&A 선언에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벌써부터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설이 솔솔 새나오고 있다. 모두 '앞으로 벌어질' 일만 집중하고 있다. 사업을 확장할 판이 깔렸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위를 잘 둘러봐야 한다. 우리금융 입장에 이를 대입하면 그룹 두 번째 계열사인 우리카드를 챙겨야 한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6위사다. 하지만 사업경쟁력은 충분하다. 지난 21일 독자적인 가맹점 결제망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쉬움은 있다. 탄탄한 사업구조 대비 덩치가 너무 작다. 덩치가 작으면 위기가 닥쳤을 때 쉽게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롯데카드와의 합병이 그것이다. 현재 롯데카드의 순위는 5위다. 그러나 롯데카드는 '롯데'라는 계열사 출신인 만큼 다수 가맹점 혜택과 충성 고객으로 무장하고 있다. 시너지도 확실하고 분위기도 좋다. 9%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우리카드와 10%의 롯데카드가 합병하면 업계 2위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도 롯데카드 매각에 긍정적이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게 오히려 '꽃길'인 셈이다.
미국 비영리방송 C-SPAN이 역대 대통령 44명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의뢰한 결과, 1위는 16대 대통령인 링컨이었다. 2위는 워싱턴이다. 워싱턴은 미국을 설립한 건국자다. 미국이란 나라를 만들었지만, 당시 모든 부문별 최고 국가가 아닌 '표면상의 국가'를 만들었다. 링컨이 건국자보다 높은 인기를 누린 이유는 미국을 하나로 통합한데다 모든 부문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틀을 닦아놔서다. 즉, 미국을 만든 건 워싱턴이지만 '최강대국 미국'의 기틀을 만든 건 링컨이라는 의미다.
우리금융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지금 당장 증권사를 인수하고, 보험사를 매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갖춰놓은 각 계열사는 워싱턴이 만든 '표면상의 종합금융그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를 안정적으로 통합한다면 최고의 카드사를 만들 수 있다. 모든 부문에서 최고인 '최강 종합금융'을 만들 수 있단 것이다. 미래에 집중하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보고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산토끼를 쫓기 위해 집토끼를 놓친 사냥꾼의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금융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