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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자기 묘혈 굴착


입력 2021.12.01 08:50 수정 2021.12.01 08:41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업자득, 경거망동으로 운 좋게 쌓은 자산 상실

말, 교만의 정치는 다수 국민의 마음 결코 못 얻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필자는 한때 이준석을 지원했던 사람이다.


36세 0선의 그가 지난 6.11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44% 지지를 얻어 4~5선 중진들을 꺾는 데 몇 표 정도라도 얹는 역할을 왜 하게 됐던가? 그 답은 당시 이 젊은이를 대거 밀었던 다수 국민들 마음과 같은 것이었다.


변화를 바랐기 때문이다. 낡은 기득권자 이미지의 제1보수야당 간판 얼굴이 젊고 새로운 인물로 바뀜으로써 정권교체 여론을 증폭시키고, 그 기름을 부은 불길이 저 위선적이고 무능한, 무능을 넘어 나라를 망치고 있는, 586 운동권 세력의 정권 연장을 제발 저지하게 해달라는 염원이 그 지지 속에 있었다.


필자는 아마 이준석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지 모른다. 당시 그의 당 대표 당선 유력 현실에 우려를 표한 일부 논객들을 ‘꼰대’로 치부했을 만큼 순진했고, 동시에 순수했다. 이준석에 실망하고 개탄하고 있는 지금도 그때 그 순수했던 지지 의사는 옳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변인이었다가 그녀의 실체를 알고 나서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결별 선언으로 퇴출당한 KBS 기자 출신 전 국회의원 전여옥(62)도 이준석 후보를 응원했다. 그녀는 “이준석은 한 방송 대담에서 전여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배신자죠’라고 답한 사람이지만, 나는 그를 지지한다”라고 말했었다.


그런 전여옥이 ‘보수의 암늑대’란 별명을 가지고, 열렬 보수 지지자들과 함께 이준석 축출에 앞장서고 있다. 필자와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이준석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 취임 6개월 후부터 소환이 가능한 당헌 당규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경거망동(輕擧妄動)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다. 그는 자기 묘혈(墓穴)을 스스로 열심히 파왔다. 필자가 지난 글(데일리안 [정기수 칼럼] ‘김종인 우상숭배와 이준석의 호가호위’)에서도 썼듯이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다수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실현시킬 야당 대표로서의 책무가 아니다. 자기 자신의 인기, 이권, 권력 유지와 강화에 더 집착한다.


8월 경선 버스 출발 일정 진행부터 대선 후보 경선, 후보 확정 후 선대위 구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언행, 그로 인한 윤석열 후보 측의 이준석 ‘패싱’(Passing, 소외시키기) 논란이 그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가 한 일은 자기가 대표인 당의 대선 승리와 후보 보호, 지원, 역공 같은 역할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SNS 질을 하고 방송이라는 방송에는 다 나가 한다는 말본새들이 가관이었다. 어떻게든 자기 당 후보를 깎아내리고 자기가 그 위에 서려는 위험한 장난으로 보였다. 가장 최근의 예만 들어보자.


그는 유명 방송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나가(전여옥은 이런 라디오 방송에는 전화로 할 수 있는데도 꼭 (인터넷에 얼굴을 보이기 위해) 라디오 부스까지 달려 나간다고 꼬집는다) ‘김종인은 돈으로도 못 사는 소’ 운운하며 윤석열이 김종인을 버리고 (그와 자신이 싫어하는) 김병준을 원톱으로 내세우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듯 한 경고를 했다. 이준석은 항상 이런 식이다.


우파 정당 대표가 아니라 좌파 정당 중진이나 진보 논객인 것처럼 코멘트를 한다. 자기가 지금 정권교체를 위해 전쟁을 치르는 진영의 장수라는 자부심은커녕 책임감이 전혀 없는, 철없는 젊은이다. 그는 또 엊그제 당 여성 관련 조직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후보의 경우 지금까지 검찰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해 오면서 정치를 잘 모른다.”


정치를 잘 모르고 육아 경험도 없는 미숙한 정치 신인이니 여성 당원 여러분들이 도움을 많이 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이준석의 속마음이 지원 당부보다는 윤석열을 험담하고 싶은 것이었음은 추측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러니 ‘패싱’을 안 당할 수 있겠는가?


당의 대통령 후보는 당헌상으로나 국민 눈높이에서 대표보다 위에 있는, 훨씬 더 중요한 사람이다. 나이도 아버지뻘이다. 이준석은 이 상식과 국민 정서를 거스르고 자기가 우위를 차지하려고 애쓰는, 주객전도(主客轉倒) 불장난 어린애에 다름 아니다.


당무 거부 따위 투정, 철지난 유치한 저항 방식은 오히려 그가 굴착(掘鑿)하고 있는 무덤의 깊이를 더 늘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더구나 그 전날 밤 자기 편 초선 의원 5명과 폭탄주를 마시고 술김에 그런 짓을 저질렀다니 더 말해 무엇 하랴!


미안하지만, 지금은 예전 민자당의 김영삼이나 새누리당의 김무성이 돌연 지방으로 내려가 떼써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던 시대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 모르는 일이 없다. 웬만한 국민들은 기자들보다 더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한다.


정치 10년 경력의 ‘노회한 애늙은이’ 정치인 머리 위에서 일반 국민들이 생각할 줄 아는 세상이란 걸 이준석과 그를 지지한다는 2030 남성들은 모른다. 경선 패배 후 윤석열에게 악담을 계속하는 못난이 소인배, 이준석 후견인(後見人, 미성년자의 몸과 재산에 대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거나 대신할 책임이 있는 성인)을 자처하는 홍준표도 모른다. 그리고 천년만년 개혁 의제를 독점하며 그 장사로 영화를 누리고 싶어 하는 친(親) 이준석의 김종인과 권경애나 진중권 같은 ‘반(反)586, 반보수’ 진보 논객들 역시 모른다.


참고로, 이준석의 밑천인 2030 표는 그가 그토록 윤석열을 적극 돕지 않아도 윤이 집권 당 후보 이재명을 차이 나게 앞서고 있다. 어제 나온 데일리안 여론조사 결과가 그 예다. 20대는 尹 43.8%, 李 21.2%로 20% 포인트 이상이고 30대는 尹 41.7%, 李 32.3%로 거의 10% 포인트 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운 좋게 쌓은 정치 자산을 일시에 까먹는 이준석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그의 추락은 말과 교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상식의 증명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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