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의 공식 임기는 이번 달 말까지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2018년 말 김성현 사장과 각자 대표이사로 임명된 후 각각 자산관리·세일즈앤트레이딩과 투자은행 부문을 3년째 이끌어 왔다. 이들은 모두 2년 임기를 채운 후 지난해 1년의 추가 임기를 받은 상태였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KB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물갈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단행된 KB국민은행장 인사에서 예상을 깨고, 기존 경영진 중 아직 55세로 젊은 편인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이 행장으로 내정되면서다.
KB금융 대추위는 지난 1일 회의를 열고 이 이사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단독 추천했다. 이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국민은행장 선임 시 현재 5대 은행 CEO 중 가장 젊은 행장이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B금융의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KB금융 계열사 14곳 중 CEO 임기 만료를 앞둔 8곳으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60년대 생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탄탄한 실적으로 신뢰를 받았다는 평이다. KB증권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당기순이익은 54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나 늘었다. 박 사장이 이끈 자산관리부문 영업순수익은 47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1.2% 증가했다.
박 사장은 증권업계 최초로 자산관리 부문에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한 프라임 클럽과 환전수수료 없이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글로벌원마켓 등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연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던 라임펀드 관련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된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제재 결정을 미루면서 연임을 둘러싼 법률적 위험이 제거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펀드 판매 사태와 관련해 박 사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문책경고는 향후 3년 동안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제재 확정 시 박 사장의 연임은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가 지난 달 열린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를 법리 검토 이후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금융사 CEO에 대한 연임이나 선임 결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